등록 : 2016.08.13 10:42
수정 : 2016.08.13 10:42
<사이언스> 논문 국제연구진, 수정체 탄소연대측정해 미스터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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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해안에서 연구선이 표지를 달고 놓아준 그린란드상어가 바다 표면을 헤엄치고 있다. 이 상어는 오래 살지만 늦게 성숙해 남획에 매우 취약하다. 율리우스 닐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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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북극해에서 암컷 그린란드상어가 태어난 것은 아마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나고 광해군이 즉위한 17세기 초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150년쯤 지나 정조가 즉위하고 미국에서 독립혁명이 일어났을 무렵 이 상어는 성숙해 첫 짝짓기를 했을 것이다. 다시 250년쯤 지난 뒤 북대서양 어선의 그물에 걸리면서 이 장수 물고기의 운은 다했다.
율리우스 닐센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해양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2010~2013년 동안 북대서양에서 다른 어종을 잡으려고 친 그물에 걸린 그린란드상어 28마리를 대상으로 나이를 추정해, 이 상어가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척추동물이란 결과를 얻었다고 12일 발행된 과학저널 <사이언스> 표지 논문에서 밝혔다.
그린란드상어는 7m까지 자라는 북대서양과 북극해의 최상위 포식자로 주로 물고기와 물범 등을 잡아먹는다. 느린 동작과 뚱뚱한 몸집, 그리고 독이 있는 살 등 여러 면에서 독특한 이 상어의 최대 미스터리는 나이였다.
해양 연구자들은 1936년 이 상어를 잡아 표지를 한 뒤 1952년 다시 붙잡아 보니 연간 0.5~1㎝밖에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신진대사가 느린 이 상어가 오래 산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 얼마나 사는지는 수수께끼였다.
닐센 등 연구자들은 상어 눈의 수정체에서 나이 추정의 단서를 찾았다. 수정체에는 상어가 태어난 뒤부터 단백질이 켜켜이 쌓인다. 과학자들은 단백질을 이루는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을 통해 연대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가장 큰 502㎝ 길이의 상어는 적어도 272살, 많게는 512살(대표값 392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493㎝ 길이의 상어 나이는 335~392살로 추정했다.
그린란드상어는 길이가 4m는 돼야 성적으로 성숙하므로 나이가 적어도 156살이 돼야 번식에 나선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이런 결과를 통해 그린란드상어는 알려진 척추동물 가운데 최고의 장수동물임을 알 수 있다”며 “또 (이렇게 늦게 번식을 하고 또 종종 부수 어획되기 때문에) 이 종의 보전에 우려를 낳는다”라고 밝혔다.
물론, 비교대상을 척추동물에서 동물로 넓히면 챔피언은 2006년 아이슬란드 북부 해안에서 잡힌 507살 난 대합조개에 돌아간다. 마찬가지로 찬 바다에서 느린 삶을 사는 북극고래가 야생에서 211살까지 산 기록도 있다. 사람의 최장수 기록은 122살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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