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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2 10:40 수정 : 2005.11.02 11:29

서울에서 가장 큰 길, 광화문 세종로에 올 상반기 새 가로등이 들어섰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넓은 길이니만큼 가로등도 아주 키가 큽니다.

이 새 가로등은 공식적으로는 5월1일자로 들어선 것입니다.

스테인레스 재질을 강조해 다른 가로등보다 훨씬 반짝거리지요.

철강협회(?)에서 기증한 것이어서 더욱 `쇠'란 점을 내세운듯 합니다.

이 가로등은 광화문부터 남대문 삼성생명앞까지 쭉 줄지어 있습니다.


모든 건축적 구조물은 어떤 장소에 놓이느냐, 곧 `장소성'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 가로등은 다른 곳이 아닌 `광화문 네거리'에 놓였다는 점에서 다른 가로등보다는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닐겁니다. 광화문 네거리 세종로가 한국을 대표하는 거리이니, 이 가로등도 저절로 `국가대표 가로등'의 이미지로 내외국인들에게 비춰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가로등은 무척 아쉽습니다.

무엇보다도 연두색과 노란색이란 두가지 색깔이 주조를 이루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이 두가지 색상이 정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이 두 가지 색상은 서울 시내 곳곳의 스트리트 퍼니처에 집중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가로등의 연두와 노랑은 파스텔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파스텔조 색상은 원래 우리나라에서 쓰던 색상이 아니었습니다.

파스텔 색상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미국 문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 지방에서 주로 파스텔 색상을 건물에 썼는데. 이게 널리 퍼져나간 것이지요.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 아파트들의 색깔을 보면 파스텔조가 압도적입니다. 바로 이 캘리포니아풍(風)을 좇아 쓰이게 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파스텔조의 색상이 캘리포니아에서는 어울릴지 몰라도, 파란 가을하늘과 초록 가로수 잎들이 선명한 한국의 거리에 잘 어울릴지는 장담 못한다는 점입니다.

꼭 강렬한 전통색을 가로등에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 중요 기물에 들어가는 색깔은 철저한 토론과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문제입니다.

디자인적 측면에서도 저는 이 가로등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가로등은 간단한만큼 더 디자인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기물입니다.

치열한 고민끝에 새로운 디자인 양식으로 나온 모양이라기보다는 절충안 정도로 보이는 탓입니다.

그 이전에 설치된 세종로 중앙분리대의 가로등(이순신 장군 뒤로 이어지는)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사진 참조)

특히 이 가로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철강협회라는 민간단체에서 기부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시의 입장에서는 시민 세금 덜 쓰고 스트리트 퍼니처를 갖추게 되어 좋은 일이겠지만,

이 장소가 장소인만큼 보다 철저하게 미학적 고려를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한국의 간판 거리에는 챔피언급 가로등이 들어서야 한다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광화문 네거리에 한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걸작 가로등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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