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24 12:17
수정 : 2016.10.24 13:52
인간의 직간접 책임으로 멸종된 새 7종 박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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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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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비둘기, 극락앵무, 까치오리, 큰바다쇠오리, 캐롤라이나앵무, 후이아, 뉴잉글랜드초원멧닭.
이들 새 7종의 공통점은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멸종동물이라는 점이다. 한때 지구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녔을 이들 새는 19세기 중반에서 지난 세기 초반 사이에 완전히 절멸됐다. 절멸로 이끈 것은 서식지 파괴와 사냥, 외래종 도입에 의한 감염과 포식 등으로 인간에 책임이 있다.
북대서양에 분포하던 큰바다쇠오리(Pinguinus impennis)는 펭귄이라고 불린 대형 바다새다. 몸에 비해 날개가 작아서 날지 못했고, 일 년에 한 개의 알을 낳았으며, 호기심이 많은 탓에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런 특징 탓에 고기와 알, 깃털, 기름을 얻기 위한 인간의 마구잡이 사냥의 제물이 됐다. 결국 1844년에 공식 멸종되고, 현재는 전 세계에 78점의 박제표본과 24점의 골격표본, 75개의 알로만 남아 있다.
나그네비둘기(Ectopistes migratorius)는 세계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았던 새로 알려져 있다. 봄에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겨울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하던 이 철새는 북미 전역에 최대 50억마리 이상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맛이 좋다고 알려져 아메리카로 이주한 유럽인들에 의해 남획되면서 1914년 멸종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현재 세계에 1600점의 표본이 남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에 서식한 극락앵무(Psephotus pulcherrimus)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이름처럼 깃털이 특히 아름답고 우아했을 뿐 아니라 길들이기도 쉬워 많은 사람들에게 포획돼 애완용으로 사육됐다.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약했던 이들은 남획과 서식처 파괴에 취약한 상태에서 인간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들의 손쉬운 사냥감이 되면서 1927년 멸종되고 말았다.
미국의 뉴욕과 오대호 주변 등 북아메리카 동부에 서식한 캐롤라이나앵무(Conuropsis carolinensis)는 아름다운 깃털이 모자의 장식물로 이용되고, 새 사육이 유행해 많은 수가 포획되기 시작하면서 멸종의 길을 걸었다. 농민들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총으로 쏘아 죽이는 경우가 많았은데, 상처를 입거나 죽은 동료가 있으면 그 주위에 몰려들어 우는 습성 때문에 집단 학살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 멸종년도는 1918년이며 전 세계 박물관에 약 700점의 표본이 남아있다.
뉴질랜드에 서식한 후이아(Heteralocha acutirostris)는 목장과 농경지를 만들기 위한 산림 파괴에 따른 서식지 훼손, 부리가 둥그렇게 휘어진 독특한 외모 탓에 박제 대상으로 널리 포획되면서 개체수가 크게 줄기 시작해 1907년 공식 멸종됐다. 1902년 뉴질랜드를 방문한 영국의 요크 공(나중에 영국 국왕이 됨)이 무심코 모자에 꼬리 깃털을 꽂은 것이 유행하면서 멸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전해진다. 뉴질랜드 원주민들 사이에는 부족장만이 장식할 수 있었던 후이아 깃털이 2010년 뉴질랜드 경매에서 8400달러(한화 약 950만원)에 낙찰되면서, 후이아는 뒤늦게 ‘세상에서 가장 비싼 깃털을 가진 새’라는 명성을 얻었다.
뉴잉글랜드초원멧닭(Tympanuchus cupido cupido)은 미국에 이민 온 초기 청교도들이 추수감사절에 사용한 요리재료일 정도로 대서양 미국 연안에 매우 흔했다. 하지만 과도한 사냥으로 인해 1840년대 초에서 1870년대 말까지 빠르게 감소하자, 미국에서 1908년 보호단체까지 만들어졌으나 멸종을 막지는 못했다. 북미 지역에 서식하던 까치오리(Camptorhynchus labradorius)가 1875년 멸종된데는 깃털을 이불과 베개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포획과 먹이인 조개류 감소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있다.
이들 사라진 새 7종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 박제로 만나볼 수 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전 세계에서 이들 7종의 표본을 확보해 전문가 수리를 거쳐 25일부터 방문객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인간과 공생하는 여러 생물자원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이용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2014 국가생물다양성 통계자료집’을 보면, 여러 세기 동안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사냥, 새로운 종 도입 등의 영향으로 모두 190여 종의 새가 멸종된 것으로 집계돼 있다.
글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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