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1.03 02:37 수정 : 2005.11.03 02:37

19년 묵은 난제 해법 찾아
고준위 방폐장도 공론화할듯

지난 19년 동안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해 온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터 선정 문제가 주민투표라는 자율적 의사결정 방식을 통해 경주로 일단락됐다. 이번 주민투표는 방폐장 문제 해결의 바탕을 마련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지역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부재자 투표를 둘러싼 부정 시비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고, 정부의 원자력 위주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는 환경단체의 반대가 만만찮아 방폐장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투표의 의미 = 방폐장 터 문제는 정부가 1986년 당시 과학기술처 주관으로 처음 검토하기 시작한 뒤 많은 굴곡을 겪어 왔다. 9차례에 걸친 후보지 선정 시도가 번번이 주민 반대 등으로 좌절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최대 숙원사업으로 넘겨져왔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단순한 주민 반대가 아니라 ‘원자력이란 위험을 감수하고 값싼 전기를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많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환경오염이 없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주력할 것이냐’란 근본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환경단체의 큰 시각 차이가 깔려 있다. 이런 근본적인 인식 차이에다 지역간 이해관계까지 난마처럼 얽혀 해결 방도를 찾지 못해 왔던 것이다. 일단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정부와 환경단체, 지역 주민들이 주민투표라는 방식으로 중저준위 폐기물 터를 경주로 선정했다는 점은 한단계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조석 원전사업단장은 “앞으로 원전정책과 고준위 폐기물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사회적 동의 얻을까? = 당장 중요한 것은 주민투표 결과를 해당 지자체와 시민·환경단체 등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받아들이느냐 여부다. 일단 탈락한 지자체들이 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선거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만만치 않다. 경주와 군산은 특히 과열 경쟁이 빚어지면서 서로 상대 쪽을 비방하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극심했다. 객관적인 쪽에 서야 할 지자체들이 찬성쪽 여론 만들기에 공공연하게 나섰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부재자 투표를 둘러싼 부정투표 시비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민투표가 치러진 경주·영덕·포항·군산 등 4개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투표를 독려했다. 또 몇몇 지역에서는 부재자 투표에 지자체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탈락한 지역의 반발을 무마하고 투표 무효확인 소송을 준비 중인 시민·환경 단체들의 비판을 어떻게 수용해 내느냐도 관건이다.

남은 과제 =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말 그대로 방사성 농도가 높지 않은 폐기물들이다. 병원이나 연구소에서 사용한 장갑, 작업복, 필터, 의료장비 등이 대상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사용후 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현재 7286t이 원자력발전소 안의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9800t인 현재의 저장시설을 최대한 확장한다 해도 오는 2016년이면 고리부터 한계에 이르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저준위 방폐장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고준위 방폐장 설치 문제를 공론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에너지기본법이 통과되면 내년에 환경단체 대표들까지 포함된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해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 전반의 문제를 광범위하게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원자력 위주 에너지 정책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국가에너지위원회에 참여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