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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10㎞의 거대한 칼데라 호에 검은 용암이 담긴 시에라네그라 화산의 고산지대는 본토에서 약 100년 전 도입한 과일나무 구아버가 완전히 점령했다. 복분자와 비슷한 블랙베리 등 다른 외래종 식물도 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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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 ‘살아있는 진화’ 갈라파고스를 가다
에콰도르 과야킬의 호세 호아킨 데 올메도 국제공항을 이륙한 라탐항공 여객기는 곧 구름이 점점이 깔린 파란 태평양 바다 위를 날았다. 목적지인 갈라파고스까지는 1시간 50분이 걸린다. 시차가 1시간이니 시계 침으로는 불과 50분 거리다. 갈라파고스가 ‘생물 다양성의 천국’이 될 수 있었던 건 본토와 1천㎞ 떨어진 격리 덕분이었다. 그러나 비행기와 선박은 그 거리를 급속히 당겨놓았고 수많은 외래종을 옮겨놓았다.
착륙을 30분쯤 앞두고 기장의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세계자연유산인 갈라파고스를 외래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이제부터 소독을 시작합니다.” 스튜어디스가 좌석 위 수화물보관함을 일일이 열고 살균 스프레이를 뿌려댔다. 1990년대 초부터 시행된 세계 최고 수준 검역의 일환이다. 하지만 불평하는 승객은 없었다. 입국심사대에서 외국인은 100달러, 내국인은 6달러의 ‘차별적인’ 입장료를 걷을 때도 갈라파고스의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에 순순히 지갑을 열었다. 공항에선 미국에 들어갈 때보다 더 깐깐하게 수화물과 짐을 검색했다. 혹시라도 들여올 외래종을 막기 위해서다.
사람 눈앞에서 한 종이 멸종
이런 노력에도 갈라파고스의 외래종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화산활동 결과로 비교적 최근에 생긴 갈라파고스에는 애초 소수의 생물이 유입돼 독특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 경쟁자와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진화한 이곳 생물은 외래종에 아주 취약하다. 그러나 1535년 파나마의 베를랑가 주교가 페루로 가다 표류해 우연히 발견한 뒤 안장(스페인어로 갈라파고스) 모양의 큰 거북이 있다고 스페인 본국에 보고한 이래 이어진 사람의 발길은 외래종을 불러왔다.
1832년 이곳을 영토로 편입한 에콰도르 정부는 죄인 유배지로 활용했다. 약 300년 동안 갈라파고스 제도는 해적, 포경선과 물개잡이 어선이 드나들며 의도적으로 또는 자기도 모르게 염소와 쥐 등을 풀어놓았다. 섬에 정착한 죄수와 주민들도 돼지, 당나귀 등 동물과 함께 수많은 육지 식물을 들여왔다.
2012년 100살의 나이로 숨져 유명해진 갈라파고스땅거북 ‘외로운 조지’는 핀타섬의 마지막 개체였다. 사람의 눈앞에서 한 종이 멸종하는 모습을 지켜본 최초의 생물이었다. 1950년대 어부가 이 섬에 풀어놓은 염소 3마리가 1970년 4만마리로 불어났고, 식물이 황폐해지면서 거북의 서식지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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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 구조물로 이뤄진 대표적 관광지인 로스 투넬레스에서 관광객이 안내인으로부터 토종 선인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급증하는 관광객은 외래종 증가를 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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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동식물 따라 들어와 경쟁자와 천적이 없는 생태 ‘취약’
염소 3마리가 20여년 뒤 4만마리로 1억8000만마리 쥐 없애기 위해
쥐약 22t을 헬기로 살포도 외래 식물은 800종 넘어
구아버 블랙베리 등 골칫거리 지름 10㎞ 칼데라 화산 고산지대
100년 전 들여온 구아버가 점령 기생파리 등 곤충 최근 큰 문제로
어린 새 구더기 감염되면 100% 죽어 관광객 수 적정 규모보다 20배
반입 식량 채소 과일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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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에 착륙하기 전 라탐항공 승무원이 외래종 유입을 막기 위해 승객들의 수화물보관함을 일일이 열고 살균제를 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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