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03 14:22
수정 : 2017.07.03 14:22
세종문화회관 반려동물 그리기 수업
“곧 하늘로 갈 것 같아서”
“그려주고 싶어서”
“알고보면 나를 위한 선물”
29일 회사원 최아무개(28)씨는 휴가를 내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 들러 조민영 작가의 ‘반려동물 그리기’ 수업을 들었다. 조 작가가 미리 신청한 사람들의 반려동물 사진을 보고 밑그림을 그려오면 수강생들은 파스텔로 색을 칠했다.
최씨의 반려견은 친정집에서 기르는 진돗개와 백구 믹스견인 일남(수컷, 4살)이다. 최씨는 “처음 지인에게서 분양받을 때 몸이 자라지 않을 것으로 알았는데 자라보니 12㎏이나 돼 당황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일남이를 그리러 온 이유는 “다음 주가 일남이 생일이라 그림을 선물하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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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씨의 반려견 두부가 김씨가 그린 자신의 그림 앞에 앉아있다. 김지영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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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조민영 작가(왼쪽 파란 옷)가 사진을 보고 그려온 반려동물 밑그림에 파스텔을 사용해 털 색깔, 표정 등을 표현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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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반려묘 그림을 그리러 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임지은(26)씨는 몰티즈 ‘따식이’(수컷, 14살)가 “곧 (하늘로) 갈 것 같아서 살아있을 때 그려주고 싶어서”이고, 사회복지사인 김지영(25)씨는 오른쪽 눈 라인이 없이 태어나 짝눈인 몰티즈 두부(3살, 수컷)의 “두부 그림은 그려본 적 없어서” 신청했다. 피아니스트인 손아무개(33)씨는 매년 촛불 켜고 반려견 ‘나니’의 생일잔치를 열어줬다. 손 씨는 “항상 가는 병원에서 ‘나니도 늙었구나!’라는 수의사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아내가 부탁해 오게 됐다는 보험설계사 임정훈(39)씨는 반려묘인 ‘룩’을 정성껏 그렸다. 이들 모두 조심스럽게 각자의 반려동물 그림 위로 색을 입혔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6일까지 4차례 2~3시간씩 시간과 약간의 돈을 내고 그림을 그리러 온 사람들은 45명이다. 반려동물 그림 전시와 함께 직접 그려보기 수업을 기획한 세종문화회관의 전시기획팀 이현정 큐레이터는 ”반응이 좋다. 죽은 고양이를 추모하기 위해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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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반려동물을 정성껏 그리는 사람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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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현 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사실은 반려동물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선물”이라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인데 어떤 대상을 그림을 그려 그리움이나 애도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그 관계가 안정적이란 뜻”이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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