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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건너편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 본 대지산. 생태복원된 절개면 아래 쪽에 건너편 아파트의 그림자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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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나무들 자라고… 2년 지나자 듬성듬성 숲모습 위기는 넘겼지만 대지산의 상처는 이미 깊었다. 도로 개설 등으로 깎여 나간 산자락은 벌건 절개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민들의 진짜 대지산 살리기는 그때부터였다. 주민들과 환경단체, 토지공사는 토지공사의 택지지구 자연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대지산을 살리기로 했다. 이렇게 해 2002년 시작된 대지산 자연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3월에야 마무리됐다. 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대지산에 설치된 것은 탐방로와 야생화밭, 수생 생물을 위한 연못, ‘곤충호텔’로 이름 지은 곤충의 번식을 돕는 시설, 벤치와 정자, 안내판과 가로등 정도가 전부다. 다른 자연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기구들도 가급적 시설물 설치를 줄이자는 대다수 주민의 의견에 따라 설치되지 않았다. 서두르면 몇 달 안에 모두 끝내지 못할 이유가 없는 사업 규모였다. 그럼에도 왜 공원 조성사업은 3년 이상이나 끌었을까? 용인환경정의 상근 활동가 고정근씨는 “대지산이 자연공원으로 되살아나 잘 보존되기 위해서는 조성의 과정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공원의 설계에서 시공에 이르는 각 단계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고 주민들을 적극 참여시킨 가운데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작업에는 주민들이 팔을 걷어부쳤다. 주민들은 자녀의 손을 잡고 등반로에 나무조각을 깔고, 야생화밭에 꽃을 심고, 곤충들의 번식지를 만드는 등의 작업에 즐거이 참여했다.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 진행된 공원 조성사업은 성공이었다. 농림부와 산림청, 산지보전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우수 산림생태복원지대회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돼 지난 18일 대상까지 받았다. 상을 받은 데는 가장 훼손이 심한 절개면 지역의 복원을 맡은 업체의 역할이 컸다. 시공업체인 현우그린은 2002년 절개면에 대지산에서 자라는 다양한 나무와 풀들의 씨앗을 대지산 토양과 흡사하게 만든 기반토양에 섞어 뿌려 붙이는 생태복원기술을 적용했다. 김경훈 현우그린연구소장은 “나뭇가지 조각과 썪은 뿌리 등이 뒤섞여있는 토양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기반토양에 대지산 훼손지 주변에 버려진 나뭇가지와 뿌리 등을 거둬 파쇄해 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생태복원기술을 적용한 결과 대지산 복원지에서는 단조로운 식생을 보이는 다른 복원지와 달리 처음부터 쑥, 패랭이, 끈끈이대나물, 벌노랑이 등 다양한 풀들이 앞다퉈 올라왔다. 1년이 지나자 흙 속에 묻혀 있던 참싸리, 낭아초 등 작은키나무들의 씨앗들이 싹이 터 자라기 시작했다. 2년이 지나자 절개면에서는 제법 수풀을 이룬 작은키나무들 가운데 자귀나무, 붉나무, 단풍나무 등의 큰키나무들까지 듬성듬성 솟아나 숲의 모습을 갖춰 갔다. 대지산은 이렇게 되살아난 것이었다. 상수리나무 위 시위를 벌였던 박용신 환경정의 토지정의팀장은 “대지산이 살아남은 것은 대지산을 사랑하는 주민의 노력과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대지산의 성공이 우리 주변의 생활권 녹지 보존운동을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인/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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