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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6 17:09 수정 : 2005.12.07 14:01

상제나비

보호나비중 유일하게 종적이 묘연하다

올해 이른 여름에 중국의 길림지역으로 출장을 갈 기회가 있어 숲길에서 곤충을 관찰해보았다. 비온 뒤라 길은 축축하고 움푹 패인 곳에 물이 질척거렸는데, 거기에 상제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있었다. 표본전시실에서만 보던 그 상제나비를 중국 땅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상제나비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나비 가운데 여러 해 동안 종적을 찾지 못하는 유일한 종이다. 1998년 이후로 이들의 존재에 대한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남한 땅에서 그의 종적이 묘연하지만 백두산이나 중국 만주 일대 또는 러시아의 동부시베리아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는 보통종인데 남한에서는 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상제나비는 흰나비무리에 속한다. 날개가 큰줄흰나비 봄형과 유사하지만, 반투명한 상태로서 반점이 없어 금방 구별할 수 있다. 또한 날개편길이가 6~7cm로 길어서 다른 흰나비에 비하여 날개가 커 보인다.

상제나비는 기본적으로 북방계나비이다. 따라서 중국의 만주와 시베리아의 동북부가 주 분포 지역이고, 일본 쪽으로는 위도가 높은 북해도에만 산다. 반도로 연결된 우리나라에서는 대구 근방에까지 국소적으로 분포하지만, 북한에서는 백두산, 개마고원, 합수, 무산령, 낭림산, 나남, 금강산, 개성 등 다수 지역에서 기록되어 왔다.

남한에서는 상제나비가 매우 희귀한 나비였다. 일제시대 기록은 불확실한 것이 많아 제외하면 70년부터 양구 일원에서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 종의 실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5년부터 강원도 영월의 작은 마을에서 채집되면서부터이다. 매우 희귀했던 나비가 한 장소에서 적지 않은 수로 나왔다.

나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입소문을 타고 한번쯤 갖고 싶어 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작은 지역집단을 가진 상제나비의 불행이었다. 흔한 종은 아무리 채집을 해도 그 집단이 유지되지만, 상제나비처럼 지리 분포의 중심에서 먼 변두리집단은 여러 요인과 더불어 채집 열풍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원인을 확인할 새도 없이 영월의 작은 마을의 상제나비 집단은 1997년의 발견기록을 끝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상제나비가 간섭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이들의 사는 곳이 마을 주변의 나무가 별로 없는 구릉지 같은 곳이다. 이런 곳에 사는 살구, 개살구 또는 털야광나무가 이 나비의 삶터이자 먹이이다. 특히 애벌레는 잎을 실로 엮어서 집단으로 겨울을 나므로 쉽게 눈에 띌 수도 있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상제나비가 기후온난화 때문에 사라졌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가능성이 있는 추론이다. 구릉지가 있고 개살구가 자랄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지만 그곳 모두에 이들이 정착하지 않는다. 한지성 종으로서 미기후가 충족되는 곳에만 국소적으로 분포해 왔다. 그렇지만 기후온난화로 곳곳에서 미기후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상제나비가 살던 영월의 작은 마을 입구에는 나비보호지역이란 간판이 세워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이 상제나비는 보이지 않는데 이제야 보호에 나선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좀더 정밀한 분포조사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북한지역의 상제나비집단을 남북교류차원에서 도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한지성 나비가 많이 살던 그 마을의 상징을 되찾아주는 것도 국가의 종보전과 복원에 새로운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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