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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환경평가 집단반발 불러
정치적 이유 추진 타당성 논란
3일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 공사의 부분 중단에 이어 4일 새만금 사업중지 행정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함으로써 국책사업이 잇따라 환경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위기에 놓인 국책사업의 실태와 원인, 대책을 두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단군 이래 최대 공사’라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사업기간과 비용이 고무줄처럼 늘어난 점에서도 마땅히 견줄 데가 없다. 1989년 확정된 새만금사업 기본계획은 방조제를 96년까지 막고 2001년에는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잡아놓았다. 목표 시점이 오자 정부는 방조제 완공은 2004년, 내부 개발공사는 2011년까지 마치기로 사업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재판부가 지적한 것처럼 아직 간척지를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도 불확실한 형편이다. 그 사이 애초 1조3천억원이던 사업비는 3조원으로 뛰었다. 전라북도가 원하는 복합 산업단지로 개발한다면 앞으로 적어도 20조원은 더 든다는 계산이 나와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과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 시설을 한곳에 짓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86년 경북 영덕을 시작으로 안면도·굴업도·위도 등을 후보지로 삼았다가 주민의 극심한 반발로 18년을 표류한 뒤 최근 두 시설의 분리방침으로 선회했다. 중·저준위 폐기물 유치지역에 3천억원을 지원한다지만 벌써부터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어 터 확보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정부가 99년 착수해 2007년 완공할 예정이던 한탄강댐도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추진이 중단되다가 지난해 지속가능위원회 주도의 갈등조정 절차를 거쳐 새로운 홍수조절댐과 천변 저류지를 짓기로 합의했으나, 일부 주민들이 반대해 사업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 밖에도 경부고속철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와 경인운하 건설사업은 벌써 4년째 환경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처럼 국책사업이 삐걱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문제다. 특히 부실한 환경영향 평가는 어느 사업에서도 도마에 오른다. 법적인 절차인 환경영향 평가를 마친 뒤 새로 천성산에서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벌일 예정이고, 새만금에서는 1년이나 민·관 환경영향 조사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새만금이나 천성산에서처럼 사업 시작 단계에서는 개펄과 고층습지 등 환경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탓도 있다. 환경문제와 함께 사업 자체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조명래 단국대 지역개발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공공정책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정치적 이유 등으로 추진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첫단추를 잘못 끼워놓고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에게 공사지체 등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국책사업의 환경적, 경제적 오류가 드러났는데도 정부 안에서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계속된 개발주의 사회시스템이 아직도 작동하고 있는데, 이를 바로잡으려는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이 4일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준 근거가 된 농지 조성의 타당성, 경제성, 수질오염 가능성 등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는데도 정부 안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 이처럼 국책사업 시작, 사회적 논란 제기, 갈등 확산 등 모든 단계에서 정부의 갈등해소 기능이 작용하지 못함으로써 극단적인 저항행동이나 사업 계속 여부가 사법부의 판단에 좌우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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