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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새만금 간척사업 계획 취소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승소판결이 내려진 뒤 전북 부안군 계화도 어민들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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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취소 또는 변경’판결의미·전망 4일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은 재판부가 일단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지난달 17일 내렸던 ‘조정권고안’ 취지를 계속 살려 환경단체와 정부가 협의를 해가라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협의를 통한 해결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권고안을 거부한 상태여서 새만금 사업은 지루한 법정 공방 속에 상당 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사회적 합의 주문 = 재판을 맡은 강영호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조정권고안이 거부됐지만) 원·피고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판결의 취지가 사업 취소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용도 변경에 무게를 뒀음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농지 사용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새만금 사업이 환경적·경제적 이유로 용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방조제 공사의 집행정지 결정은 유보했다. 이는 2.7㎞ 남아 있는 방조제 공사가 오는 12월 신시도 배수갑문이 완공된 이후 내년 3월께야 시작되는 것을 고려해 이 기간에 정부와 환경단체가 협의를 통해 새만금 간척지의 새로운 용도와 환경 대책 등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 정부 진퇴양난 = 이미 재판부의 조정권고안을 거부했던 정부가 환경단체와의 협의를 통한 해결에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권고안 거부 이유로 “민관위원회 구성과 토지이용계획, 수질대책 등을 마련하는 데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가 재판부 판결대로 사업 계획을 변경해 새로운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받아 새만금 사업 자체를 계속 진행할 수는 있지만, 환경단체 쪽에서 또다시 소송을 낼 경우 지루한 법정 공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항소를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패소할 경우 사회적·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정부가 지난 17일 조정권고안을 거부하면서 재판부가 패소 판결을 내릴 경우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고서도 이날 태도를 바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대안 논의 활기 띨 듯 = 환경단체는 이날 판결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정부가 합리적인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공세의 고삐를 죄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항소를 할 경우 서울고법에 2.7㎞ 방조제 미공사 구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혀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농지 개발을 고수하는 정부의 태도와 재판으로 주춤해졌던 새만금 간척지 용도의 대안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의는 국토연구원이 새만금 토지 이용계획을 내놓을 예정인 오는 6~7월께 정점을 이룰 전망이다. 또 미공사 구간에 물막이 공사를 하지 말고 다리를 놓자는 환경단체와, 토목공법 선례가 없고 지반이 약해 불가능하다는 농림부 사이의 공방도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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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정부-환경단체 머리맞대야” 4일 새만금 소송의 선고공판이 끝난 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강영호 수석부장판사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재판부가 내놓은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어 새만금 사업을 재검토한다’는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농림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정부와 환경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새만금 문제를 ‘합의’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부장판사와의 일문일답. -이번 판결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실상 원고가 이긴 것이다. 새만금 사업을 ‘무효’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 계획에 문제가 있으니 이를 변경하라는 취지다. -농림부가 계획을 바꿔야 할 중대한 사정변경이란 무엇인가?
=간척지를 농지로 쓸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수질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경수역의 개발을 유보하는 동안 수질개선비용이 계속 늘어나 사업 자체의 경제적 타당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새만금 사업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방조제 물막이 공사의 집행정지 결정을 따로 하지 않은 이유는?
=집행정지 결정은 긴급성이 요구된다. 물막이 공사는 오는 12월부터 시작되는데, 1심 재판부가 결정하지 않더라도 공사가 시작될 때 항소심 재판부가 중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진행중인 보강공사는 방조제가 무너질 우려가 있어 중단시킬 수 없다. -물막이 공사를 막으려면 12월에 다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해야 하나?
=그렇다. 일본판 새만금 사업이라고 할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의 경우가 그랬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공사를 중지시켰다. -농림부가 계획안을 취소하거나 변경하지 않을 가능성은?
=농림부 장관도 일부는 농지로 쓰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업목적을 일부라도 바꾸려면, 매립면허 및 사업시행인가처분을 취소·변경할 재처분 의무가 생긴다. -원고 쪽이 농림부의 변경안에 만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다시 소송을 내면 된다. 항소심 재판, 방조제 물막이 공사에 대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농림부의 변경안에 대한 별도의 소송 등 또 법적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일회적인 판결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결국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정치적 첫 단추…법정 줄다리기 ■취소판결 나오기까지 새만금 사업은 1987년 당시 농림수산부의 농지확보를 위한 서해안 간척사업의 하나로 계획됐다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해 12월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정부 사업으로 확정돼 정치적 고려로 부활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환경에 대한 인식부족 등으로 새만금 사업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96년 시화호 오염사건은 새만금 사업이 환경 차원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계기로 작용했다. 환경단체는 이때부터 사업 백지화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98년 감사원의 특별감사는 수질과 경제성에 대한 의문을 뒷받침했다. 사업추진 논란이 계속 일자, 99년 1월 유종근 당시 전북지사는 새만금 환경문제 진단 및 해결책 모색을 위한 민관공동조사단 구성을 전격 제의했다. 전북도 쪽은 “98년 말까지 사업비 8621억원이 투자돼 방조제 공정률이 49%에 달해 백지화나 중단은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며 6가지 이유를 내세웠다. 정부는 결국 99년 5월 간척사업을 중단하고 민관 공동으로 환경영향 조사를 벌였다. 조사기간은 예정보다 길어지며 2년여가 걸렸다. 정부 쪽에서도 부처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사업을 추진하는 농림부는 찬성했지만,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수질과 갯벌 문제를 들어 사실상 사업에 반대했다. 2001년 3월 대통령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공동조사단의 결과를 새로 검토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 것을 제안했으나, 그해 5월 정부는 친환경적 순차개발 방식을 채택하며 공사 재개를 최종 결정했다. 2001년 8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등은 새만금 간척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과 함께 공사중단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논란이 법정으로 이어졌다. 2003년 7월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공사가 중단됐다가, 2004년 1월 농림부가 가처분 결정 취소를 요구한 서울고법 항고심에서 1심 법원의 가처분신청이 뒤집혔다. 환경단체는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했다가 지난달 12일 재항고를 취하했고, 지난달 17일 법원이 본안소송과 관련한 조정권고안을 결정했다. 새만금과 관련한 집회·시위도 지속됐다. 2003년 3월28일 전북 부안군 해창갯벌에서 청와대까지 300㎞가 넘는 구간을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등이 65일간에 걸친 삼보일배를 시작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2003년 6월3일 새만금 추진을 촉구하는 전북도민 궐기대회가 여의도에서 열려, 강현욱 전북지사는 삭발을 하며 결연한 사업추진 의지를 보였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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