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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7 18:01 수정 : 2005.12.28 14:22

한복 입은듯 우아… “온난화로 없어졌나?” 추정

붉은점모시나비는 멸종위기에 처한 나비 중에서 가장 고혹적인 자태를 지닌 종이다. 모시같은 질감의 날개에 묵으로 그은 듯한 날개맥과 더불어 뒷날개에 찍어 놓은 붉은 점은 고운 한복의 단아하고 우아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 나비는 중국북부와 시베리아로부터 한반도 남단에 이르는 넓은 서식권을 갖고 있었다. 특히 충남과 전남의 해안선 저지대를 제외하곤 남한에서 30여개 장소에 점점이 흩어져 삶을 이어왔다. 이 종의 애벌레는 기린초란 풀을 먹이와 삶터로 의존하므로 길가, 산사면, 암벽 등의 양지바른 곳을 좋아한다. 이런 곳은 이 땅에서 적지 않았었다. 따라서 1989년 환경부가 특정야생동식물로 지정할 때는 모습이 예쁘고, 자기 나라에 없는 종이라서 수집하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채집을 금지하는 의미가 강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 종의 분포자료를 대면서 보호종으로 묶어두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붉은점모시나비가 90년대 중반을 넘어서 갑자기 희귀해졌다. 특히 남부쪽 집단들이 거의 소멸해버리다시피 했다. 남부의 일부 지역집단만이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일 뿐이었고, 다른 지역에서는 아예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또한 서울 인근의 유명한 서식지들이 사라져버렸고 오랜 채집과 관찰의 장소였던 강촌의 집단은 절멸되어 버렸다.

붉은점모시나비가 전국적으로 거의 동시에 급감하는 원인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왔다. 처음에는 먹이식물인 기린초가 식생의 변화와 도로의 확장 등으로 줄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그렇지만 기린초가 전국 규모로 줄어들었다는 단서는 없었다. 이에 비해 역사적인 서식지인 강촌 집단의 소멸에는 사람들에 의한 채집압이 큰 영향을 끼쳤음을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논쟁의 시간 속에서 강원도 산간지에서 이 종의 집단서식지가 새로 발견되었다. 다른 곳은 거의 소멸상태인데 말이다. 이런 정황으로 말미암아 붉은점모시나비의 서식권 변동이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주장으로 이어졌다. 기후온난화가 되면서 남부집단은 소멸되거나 후퇴하여 마침 강원도의 한랭한 지역에 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마침 그 지역은 햇볕이 잘 드는 벌목지여서 먹이식물인 기린초가 집단으로 생육할 수 있었고, 느리게 나는 이 나비의 입장에서 활동하기 좋은 곳이기도 했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한반도에 사는 붉은점모시나비 계열은 모두 4종이다. 그 가운데 모시나비를 빼곤 2종이 북한의 고산지에 분포하므로 이 계열의 나비들은 강한 한지성을 띤다. 하지만 붉은점모시나비가 소멸되는 진짜 원인이 기후변화인지 또는 서식지 파괴인지의 명확한 증거가 없다. 그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려면 최소한 5년 정도의 중기적 연구가 필요한데 그러질 못했다. 그저 전문가의 경험에 따른 추측만 남발해왔을 뿐이다.

이젠 곤충분야에도 환경변화와 관련하여 한 종이라도 감소 원인이나 특정지역의 대발생 원인을 정밀하게 조사 분석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 붉은점모시나비 이외에도 수십 종의 나비들이 현재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한 종이라도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야 그걸 모델로 다른 종의 사례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종처럼 벌채지 같은 인위적인 교란이 필요한 곤충의 보전은 서식지를 주기적으로 교란시켜주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냥 사람들이 못잡게 하고 감시만 하는 것이 보전이 아니다. 붉은점모시나비의 적정한 요구를 연구 분석할 때만 그 일도 가능하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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