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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14 16:12 수정 : 2013.03.14 16:12

고래 등 척추동물의 뼈를 먹고 사는 심해 ‘좀비 벌레‘ 오세닥스 자포니쿠스. 사진=노리오 미야모토,

고래뼈 녹여 먹는 좀비 벌레, 생식 방법도 특이
뼈에 뿌리박은 암컷 수컷 유생 수집해 길러 수정
고립된 고래뼈 서식지에 적응한 생식, 공생하는 세균이 산 분비해 뼈 녹여

이빨은커녕 입도 없고 눈도 없지만 고래의 뼈를 녹여 그 속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심해 생물이 있다. ‘좀비 벌레’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생물은 2002년에야 처음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환형동물이다.

이 벌레는 죽은 고래를 깊은 바다에 빠뜨린 뒤 어떤 생물이 사체를 먹는지 장기간 관찰하는 연구에서 발견됐다. 현재까지 5종이 학계에 보고된 이 벌레의 생태와 발생 등이 학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심해 생물들이 고래의 주검에서 살과 지방을 모두 발라먹어 뼈만 남았을 때 이 벌레의 만찬이 시작된다. 작은 풀처럼 뼈 위에 자리 잡은 이 벌레는 뼈에 뿌리를 내리고 반대편 끝에는 촉수를 흔들며 물속의 산소를 흡수한다. 뿌리는 뼈를 파고들어 지방 등 유용성분을 섭취하는데, 뿌리 속에는 박테리아가 살아 이들이 분비하는 산으로 뼈를 녹이고 뼈 속의 유기물을 추출해 낸다.

고래뼈에 뿌리를 내린 좀비 벌레. 사진=요시히로 후지와라, JAMSTEC
일본 연구자들은 최근 ‘좀비 벌레’의 하나인 오세닥스 자포니쿠스를 실험실에서 기르면서 이들의 산란과 번식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좀비 벌레는 고래나 바다코끼리 등 해양 척추동물의 뼈를 먹고 산다. 하지만 이들 주검은 드물게 불규칙하게 떨어져 내려올 뿐이다. 그런데도 이 벌레는 태평양의 동쪽과 서쪽, 대서양 북부 등에 널리 분포한다. 그 비결은 이들의 독특한 생식방법에 있다.

뼈에 고착돼 자라는 성체와 달리 알에서 깨어난 이 벌레의 유생은 바닷물을 타고 최소한 열흘 동안 떠다니면서 자리를 잡을 뼈를 찾는다. 마땅한 뼈에 뿌리를 내린 약 6주 뒤 알을 낳는 것은 암컷이다. 그런데 언뜻 보아 다 자란 좀비 벌레는 모두 암컷이어서 수컷을 찾아볼 수 없다.

생식 준비를 마친 암컷은 수컷 수집에 나선다. 바닷물에 떠다니는 유생을 잡아 자신의 젤라틴 튜브 속에 가둔다. 수백 마리의 수컷이 튜브 속에서 자라는데, 이들의 크기는 기껏해야 1㎜로 암컷의 2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수컷이 하는 일은 암컷이 낳은 알을 수정하는 것뿐이다.

a. 고래뼈를 둔 지 2주만에 자리를 잡은 좀비 벌레. b는 그 확대 모습. c는 6주 뒤 좀비 벌레가 번창한 모습. d. 이 단계에서 암컷은 알을 낳기 시작한다. e. 9주 된 암컷의 젤라틴 튜브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난쟁이 수컷들. 사진=미야모토 외,
연구책임자인 미야모토 일본 해양 지구과학 기술국 생물지구과학 연구소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암컷의 신속한 성숙과 수컷의 소형화는 먹이는 풍부하지만 고도로 고립된 고래뼈 서식지에 효과적으로 적응한 번식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나투르비센샤프텐>(자연과학)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ostembryonic development of the bone-eating worm Osedax japonicus

Norio Miyamoto & Tomoko Yamamoto & Yoichi Yusa & Yoshihiro Fujiwara

Naturwissenschaften (2013) 100:285.289 DOI 10.1007/s00114-013-1024-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이 글은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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