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4 18:56
수정 : 2006.05.04 22:12
장애인스포츠 사진전 수영대회 사진 속 주인공 이도엽씨
수영 배우며 삶의 의욕 느껴…1년만에 대회서 은메달
“저는 아직 사진도 못 봤는데요.”
‘사진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전화했다’는데도, 주인공 이도엽(38)씨는 심드렁했다. 대구에 사는 그는 “(사진전이)서울에서 열리니까 멀어서 못 간다”고 했다. ‘7월2일까지 열린다’고 전하자 “기회 되면 보러 가겠다”고 살짝 마음 문을 열었다.
오른 다리를 절단한 몸으로 물에 뛰어드는 역동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은, 4일부터 서울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리는 장애인스포츠 사진전(푸르메재단, 국민체육진흥공단 주최)에서 단연 압권이다. “장애야, 너 저리 비켜!” 하고 외치는 ‘소리없는 아우성’ 같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노용헌씨가 3월 대구 대한장애인협회장배 수영대회 때 찍은 것이다.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는 “누군지 알 수 없어 사진에 찍힌 1번 레인과 대회장소 등을 참고로 수영연맹에 부탁해 어렵게 주인공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영을 본격적으로 배운 지 1년여 만에 이 대회 50m 자유형에서 은메달을 땄다. “실력이라기보다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했지만, “기회만 되면 대회에 나가겠다”고 했다. 거의 매일 장애인체육시설 달구벌스포츠센터에 나가 한두 시간 꼭 운동을 한다.
이씨는 1997년 몰던 차가 트럭과 충돌해 입원 1주일 만에 다리를 절단하고 6개월 병원생활을 했다. 그는 “퇴원해 운동을 못하니까 살이 많이 쪄 간 수치도 올라가고 디스크도 생기더라”면서 “의사 권유로 2년 전부터 수영 레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나면 다 주변에서 ‘적응을 제대로 할까’ 걱정 많이 하고 색다르게 본다”면서 “수영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수양이 많이 된다”고 했다.
결혼 전 사고가 났는데도 결혼해 살고 있고, 지금은 두 딸과 자신의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는 아내가 가장 고맙다고 한다. 그는 ‘장애 당한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울 말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아직 그럴 입장이 되지 않는다”고 끝내 손사래를 쳤다.
이씨 사진 외에도 스포츠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을 담은 350여점이 전시된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02)410-1051~5, 720-7002.
오태규 선임기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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