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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도 같았던 임신자씨와의 이별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일까. 삐찌싸의 눈안에 가득 담긴 물기가 멈출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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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소리 되찾고 고향 돌아간 ‘고아소녀’ 삐찌싸
지난 7월6일 오후 8시30분. 프놈펜으로 향하는 티지(TG) 658 보잉기가 타이공항을 이륙해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 임신자씨는 창밖의 붉은 노을에 시선을 거두고 금방 잠이 든 삐찌싸(6월14일치 25,26,27면)를 바라본다. 삐찌싸를 고향 마을로 데려다 주는 길. 표정은 굳어있고 말이 없다. 아이의 좀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땅을 함께 밟은 지난 1년여 동안의 기억들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탓일까. 긴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작은 두려움 때문일까. 신자씨는 12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 내내 별다른 말이 없다. 35도의 한낮더위가 가라앉은 이날 자정 무렵. 삐찌싸가 자비의 빛(예수회장애인보호시설)에 들어서자 잠도 자지 않고 기다리던 원장과 장애인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겼다. 1년 새 성큼 자란 삐찌싸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쌓였던 그리움이 가득 묻어났다. 그들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소식에 신기해하며 툭툭 말을 건네기도 했고 삐찌싸는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상대방을 더듬으며 체취를 기억하려 애를 썼다. 서로 손을 만지고 머리를 쓸어안으며 옛기억을 꺼내놓는다. 1년여의 그리움은 그렇게 한순간에 채워졌다. 고향을 찾은 삐찌싸는 갑작스레 바뀐 환경이 조금은 버거운 듯 했지만 이내 익숙했던 손길의 느낌을 찾아 그 안에 편안히 자신을 맡겼다. 가만히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자씨는 그제서야 무겁던 마음을 조금 걷어낼 수 있었다.세상의 소리를 얻은 삐찌싸의 앞날이 평온해지리라는 기대를 다시 품으면서…. 프놈펜/사진·글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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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 오전 인천공항. 맑음터의 언니들이 환송을 나와 아쉬운 이별을 나눈다.(왼쪽) 비행시간 내내 신자씨는 삐찌싸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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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빛에 들어선 삐찌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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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알아보겠니?” 1년만에 만난 친구들을 삐찌싸가 체취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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