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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각장애인이 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열린 시각장애인에 대한 독점적 안마사 자격을 규정한 보건복지부령 유지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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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고공시위’ 시각장애인들 왜 다시 거리로?
“오직 할 수 있는 것이 안마뿐인 시각장애인에게 안마는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그 자체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인 ‘케인’과 옆 사람의 팔에 의지한 200여명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모여들었다. 검정색 선글라스를 낀 김용화(41)씨도 그중 한명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건설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해 2급 시각장애인이 된 김씨는 지난해 5월30일 한강에 몸을 던졌다.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독점을 규정한 보건복지부령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를 비롯한 시각장애인들은 한 달이 넘도록 서울 마포대교에 매달려 시위를 벌이고 수십명이 한강에 뛰어드는 목숨 건 투쟁을 벌인 끝에,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8월29일의 일이다. 그러나 꼭 한해가 흐른 지금, 이들은 다시 거리로 나서고 있다. 정부, 의료법 개정불구 불법 안마업소 단속 소홀…생계 위협비시각장애인 또 헌소…전문가들 “위헌여부 약자권익 초점을”
■ 왜 다시 거리로?=정부가 불법 안마·마사지업소 단속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안마시술소 가운데는 손님이 끊겨 문을 닫거나 휴업하는 곳을 늘고 있다. 수원에서 안마소를 운영하는 김씨는 “바로 아래층까지 무자격 마사지업소가 생겨났지만, 단속의 손길은 거의 미치지 않는다”며 “법이 만들어졌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서울에서 안마업소로 영업신고필증을 받은 곳은 180여곳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안마사협회 유승만 사무총장은 “지난 4월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지의 주요 도로변을 조사한 결과, 스포츠마사지나 발마사지 등 간판을 단 무허가 업소가 800여곳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장애인 등급별·유형별 등록현황’을 보면, 2007년 6월 말 현재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21만3576명이며, 이 가운데 중증인 1·2급 시각장애인은 3만9673명이다. 이들 가운데 안마업에 종사하는 이는 대한안마사협회 2007년 8월 통계로 7118명뿐이다. 그러나 대한마시지사총연합회는 현재 시각장애인이 아닌 100만명 가량이 스포츠마사지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정된 의료법은 안마사 자격 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이 개정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자격 안마사들의 실태와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복지부 의료정책팀의 한 관계자는 “매년 한두 차례 시·군·구에 단속 요청 공문을 내려보내지만,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에 이것조차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올해는 대한안마사협회의 항의 집회가 시작된 뒤에야 부랴부랴 공문을 내려보낼 계획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한국스포츠마사지총연합회 등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100% 취업보장’ ‘월수 300만원 이상 가능’ 등의 광고 문구를 버젓이 내걸고 비장애인 안마사를 모집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법에 저촉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협회 기획팀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 안마를 독점하도록 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위헌 소송이 걸려 있는데다 로비도 열심히 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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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집회에 참석한 시각장애인들이 독점적 안마사 자격을 규정한 보건복지부령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대한안마사협회 관계자의 연설을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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