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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돌 장애우권익연구소’ 함께 달려온 신용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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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돌 장애우권익연구소’ 함께 달려온 신용호 소장
스물네 살이던 그가 어느덧 마흔네 살이 됐다. 20년의 세월은 쏜살처럼 흘렀다. 다른 곳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장애인 권익을 위해 오직 한 길만 걸어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 소장. 그가 4명의 동료와 함께 만든 연구소가 4일 20주년을 맞았다. 민주화의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던 1987년, 신 소장은 장애인 문제를 내걸고 연구소를 설립했다. 주장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무관심한 세상이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단 4명이었던 상근자는 지금 40명으로 늘었다. 후원회원도 8천여명에 이른다. 소아마비 겪으며 ‘존엄한 시민 권리’ 앞장상근 40명·후원 8천여명…‘차별금지법’ 성과
“시혜·눈물 말고 그냥 그대로 봐주세요” “방향은 늘 한 가지였어요. 장애인을 시혜와 눈물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겁니다. 장애인도 존엄성을 가진 시민입니다.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일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찾자는 거죠.” 신 소장은 장애라는 것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불굴의 의지로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지만, 그것은 칭찬받을 특별한 경우일 뿐 누구나 그러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보는 데 불편하면 안경을 쓰죠. 걷는 데 불편하니 휠체어를 타는 겁니다. 그냥 그대로 봐주세요.”
신 소장 자신도 장애인이다. 장애가 그를 장애권익 운동으로 이끌었다. “제가 2급 지체장애인입니다. 소아마비였죠. 제가 겪은 수많은 아픔을 후배들은 모르고 살았으면 했어요. 일종의 책임의식 같은 게 있었어요.” 신발 끈 묶을 시간도 없이 달려온 지난 20년 동안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직업재활 및 고용촉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법이 많이 만들어졌다. 물론 연구소만의 성과는 아니다. 수많은 장애인들의 헌신적 투쟁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는데, 법 제정운동 시작부터 딱 15년 걸렸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말라는 당연한 외침이 이제야 결실을 맺다니,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신 소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 법이 현실에서 지켜져야 한다”며 “장애인 기초연금, 정신지체 장애인을 위한 정책 마련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앞으로 남은 삶도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 구현을 위해 살겠다는 신 소장.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며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사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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