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 운동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기 편리한 거리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을 기준으로 모두136 (하루 평균 2.6)건의 불편 사례가 접수되었으며, 이중에서 85 (62.5%)건이 해결되었다. 관공서로부터 처리 약속을 받은 "처리중" 사례가 거의 100% 해결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약 100여건이 해결된 셈이다. 서울 거리의 턱으로 인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좌절을 겪었던 김순석씨가 음독자살한지 26년만의 일이다. 보편적으로 설계된 거리를 희망한다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란 연령, 성별, 장애 등과 관련없이 누구나 사용하기에 편리한 제품 혹은 건축 설계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보편적으로 설계된 거리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여성이나 남성, 어린이나 노인 등의 모든 사람들이 다니기에 편리한 거리 설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는 지하철역사를 생각해보자. 지상에서부터 지하철이 도착하는 지하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면, 이 역사는 휠체어를 이용해야만 하는 지체장애인, 노약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아이 엄마, 여행때문에 캐리어를 끌고가야 하는 사람, 그리고 여타의 이유로 짐을 날라야 하는 사람 등, 모든 사람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 그 유리문에는 휠체어를 탄 사람의 모습이 로고로 찍혀있다. 마치 휠체어 장애인만 사용해야 하는 시설처럼 느껴진다. 엘리베이터 없이 휠체어 리프트만 설치된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마치 구경거리처럼 촌스러운 배경음악에 맞추어, 역사 직원의 도움으로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 캐리어를 끌고가야 하는 사람이나 유모차를 끌고 가는 아주머니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아니. 애초부터 본인이 사용할 설치물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휠체어 장애인들 조차 이런 역을 기피한다. 차라리 멀리 돌아가더라도 다른 역을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 역사에 또 다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건축의 초기부터 보편적 설계를 고려하는 것은 낭비를 막고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구조를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 설계는 도시 디자인 혹은 제품 디자인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적용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이 그 필요성에 대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역사에는 상대적으로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낮다. 그리고 이것은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에게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유모차를 끌고가야 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의 불편을 일으킨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제공하는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의 58% 는 60대 이상의 노인이다. 그리고 등록장애인의 90% 이상은 선천적인 이유가 아니라, 후천적인 사고와 손상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다. 말하자면, 누구나 늙으면 장애인이 되는 것이고, 살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는 문제로부터 그 누구도 나는 예외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여전히 서울거리의 문턱과 휠체어용 리프트 앞에서 분노한다. 당신도 이 문제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부디 김순석씨의 눈물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 땅의 420만 장애인들이 그 보편적 설계때문에 여전히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도 그 피눈물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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