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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08 20:37 수정 : 2011.11.08 20:43

장애를 딛고 462차례 응시 끝에 7일 운전면허증을 딴 경상선(가운데)씨가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자신의 집 앞에서 어머니 이은정(왼쪽)씨와 이승재 청주면허시험장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청주면허시험장 제공

[뇌병변·지적장애 딛고 ‘운전면허’ 딴 경상선씨]
첫 필기 20점…7년만에 기쁨
기능·주행은 2번만에 합격
“어디든지 꿈을 따라 갈래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운전면허 시험장에 들어섰다. 8년째 그의 도전을 지켜본 면허시험장 직원들도 숨을 죽였다. 그가 시험 50분 만에 종료 단추를 누른 뒤 ‘65점 합격’ 화면이 뜨자 모두가 환호했다. 필기시험 458차례, 인지 값 237만8000원을 들인 끝이었다. 그 뒤 기능·주행 시험은 각각 2차례 만에 합격했다.

8년 동안 무려 462차례 도전한 끝에 지난달 12일 운전면허증을 딴 의지의 사나이 경상선(32·중복장애 1급·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씨는 7일 오후 자신의 얼굴이 담긴 ‘2종 보통 자동차운전면허증’을 받아들고 누구보다 밝게 웃었다. “나는 나를 믿었습니다. 이제 어디든 갈 수 있으니 꿈을 따라 갈 겁니다.”

뇌병변(3급)과 지적장애(2급)를 함께 지니고 태어난 그는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청주 혜원학교를 다녔다. 고교 과정까지 졸업했지만 뚜렷한 직업 없이 지내던 그는 2004년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했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서 드넓은 세상을 맘껏 돌아다니고 싶었죠. 대중교통이 있지만 내 맘대로 가려면 면허증이 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쉽지 않았다. 그해 5월21일 처음으로 시험을 봤지만 참담했다. 20점도 안 됐다. 그해만 53차례 시험을 봤다. 30~40점대에 머물렀다. 꾸준한 독학으로 꽤 이해는 했지만 문제를 읽는 속도와 답을 표기하는 것이 문제였다. 장애 때문이었다. 2008년 92차례, 2009년 85차례나 시험을 봤다. 400차례 넘게 시험에 떨어지자 어머니 이은정(58)씨도 만류했다. 이씨는 “성치 않은 몸으로 버스를 갈아타고 1시간 넘게 가야 청원군 가덕면에 있는 면허시험장에 이르는 게 안쓰러워 몇 번이나 그만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시험 때마다 6000원어치를 붙여야 하는 인지 값만 200만원이 넘었다. 노동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아버지(63)에게 인지 값은 물론 버스비를 타기도 눈치가 보였다. 고비였다. 고심하던 그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면허시험계의 전설’인 차사순(70) 할머니의 합격 소식이었다. 차 할머니는 2005년 4월부터 959차례 도전해 실패한 뒤 지난해 5월 960차례 만에 운전면허증을 땄다. 광고에까지 등장해 차를 운전하는 할머니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할머니도 합격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다는 마음에 다시 힘을 냈죠.” 하지만 그는 올해 12차례를 포함해 2010년 이후에도 50차례 더 낙방했다. 합격선(60점) 언저리를 맴돌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장만수(46) 청주면허시험장 선임과장은 “경씨는 1987년 청주 운전면허시험장이 생긴 이래 최다 응시자”라며 “장애에 굴하지 않는 경씨의 도전은 감동 그 자체”라고 말했다.

경씨는 “면허증은 내 꿈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차나 직업이 생겨 운전할 수 있으면 좋은 사람, 좋은 곳을 찾아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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