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6 19:27
수정 : 2006.02.07 07:31
감사원,황우석 연구비 감사 결과
연구보조원 인건비 8억 · 후원금 19억도 본인계좌에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계좌추적도 하기 어려워”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연구비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6일 감사원 발표를 보면, 황 교수는 1993년부터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지원받은 246억원 가운데 73억여원을 개인계좌를 통해 부당하게 관리해왔다. 이 가운데 연구 목적 이외에 사용됐거나 용처가 불분명한 25억여원에 대해선 횡령 등의 혐의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감사원의 시각이다.
연구목적 이외에 사용된 액수는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001년 이후 집행된 정부보조금과 황우석교수후원회 후원금 183억원을 제외한 순수 민간지원 연구비 44억여원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권한 밖’이라는 이유로 감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 교수가 대부분 현금으로 집행하는 바람에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연구비의 구체 사용내역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혼란스러운 돈 관리=감사결과를 보면, 황 교수는 2002년 2월6일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광우병 내성소 개발’ 등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보조원 53명의 통장과 인감을 개인적으로 고용한 직원에게 보관해 관리하도록 했다. 그러곤 수의대에서 이들의 계좌에 입금된 인건비 8억원을 찾아, 자신의 개인 계좌에 입금하도록 해 사용했다. 황 교수는 “인건비와 숙소 임차료 등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증빙자료가 없는데다, 황 교수 개인계좌에 강의료, 민간후원금 등이 함께 입금돼 있어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또 실험용 돼지 494마리와 송아지 2마리 구입비 2억원이 2004년 4월부터 1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수의대에서 실험용 동물을 관리하는 농장주인 명의의 계좌로 입금되자, 이를 다시 본인의 계좌로 옮기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농장주인은 서울대 수의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그는 또 ‘황우석 교수 후원회’에서 받은 19억원도 자신의 계좌에 넣어두고 임의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이 가운데 7억원을 자신의 정기예금통장에 예치했고, 7억8천만원은 현금으로 인출해 이 가운데 5만달러를 김선종 연구원에게 전달하는 등 연구와 무관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을 어긴 용역계약=서울대의 ‘연구비 관리규정’과 ‘연구비 관리·운영 지침’을 보면, 연구협약은 총장 명의로 체결하고 연구비는 서울대 연구처 계좌로 입금받아 집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황 교수는 2000년 9월 ㅅ기업과 ‘체세포 핵이식법을 이용한 생명공학 신기술 개발’에 관한 공동 연구협약을 자신의 명의로 체결하고, 연구비 30억원을 자신 명의의 계좌에 넣어 사용하면서 서울대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또 2004년 2월부터 1년 동안 ㄷ건설회사 등으로부터 ‘경부고속철도 공사현장의 소음 및 진동이 가축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비 3억5천만원을 받고도 보고 없이 임의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순천대 교수)은 2001년 12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황 교수로부터 2건의 연구과제 위탁과 함께 2억5천만원의 연구비를 받았으나 아직 연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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