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4 17:03
수정 : 2006.03.14 20:15
아이구~ 다리야 밤잠 못 자겠네!
우리나라 전체 국민가운데 약 200만명이 앓고 있음에도 그중 16%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을 뿐 상당수의 환자들이 방치된 채 밤이면 다리가 저려 잠을 못 이루는 질환은 무엇일까?
수면클리닉 전문의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대한수면연구회(회장 김주한 한양의대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신체운동 관련 신경계질환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한다.
연구회는 지난 2월 만 21~69살 성인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1명(5.4%)이 하지불안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인구로 추정하면 약 200만명에 해당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추정 200만명 16%만 치료
이번 조사에서는 이 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준으로 표와 같이 4가지가 적용됐다.
그 결과, 이 증후군으로 추정된 환자 가운데 절반을 넘는 52.8%가 밤에 잠 들기가 어렵거나 다리 움직임 때문에 잠을 자주 깨고, 잠이 깬 뒤 다시 잠 들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것과 같은 수면 문제를 비롯한 여러 증상으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적절하게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16%에 그쳤고, 나머지 84%는 제대로 진단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응답자들이 다리의 불편함과 관련해 호소한 증상들은 “쑤신다. 욱신거린다”, “저리다. 피가 안통한다.”, “아프다.”, “당긴다.”, “시리다”의 차례로 많았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에 대해서는 대다수인 77.9%가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42%는 “충동이 너무 심해서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증상은 주로 오후 6시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별에 따른 유병률은 여성이 5.6%로 남성의 5.2% 보다 조금 많았으며,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도 높았고, 증상이 발현된 시점의 평균 나이는 38.3살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로 나타난 271명중 유전적 요인과 관련이 있는 원발성(가족성)은 201명(74.2%)이고, 나머지는 임산부한테 흔한 철분부족, 당뇨병, 신장질환, 파킨슨씨병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유발된 이차성이었다.
이번 연구의 주연구자인 조용원 계명의대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심각하고 만성적인 신경질환으로 수면장애의 흔한 원인이고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다”면서 “하지만 외국과 마찬가지로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아 대부분 치료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미국 등 서구국가들에서도 적게는 전체인구의 2.5%에서 많게는 15% 정도가 하지불안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성인의 17%만이 이 질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거나, 고작 0.25%만이 이 질환으로 진단을 제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증후군의 근본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학계는 뇌속에서 도파민을 전달하는 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체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적절히 기능하지 못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저려오는 등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철분·도파민 처방으로 완화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도파민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는 ‘로피니롤’ 성분을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로 처음 허가하기도 했다. 로피니롤은 지난 2001년에 이미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파킨스씨병 치료제로 허가받은데 이어 적응증을 추가한 셈이다.
홍승봉 성균관의대 신경과 교수는 “하지불안증후군은 정확히 진단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철분 부족시에는 철분을 공급하고,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다리의 이상한 증상으로 매우 불편하나 무슨 병인지 몰라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는 환자들을 위해 대국민 질환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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