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5 16:34
수정 : 2005.02.15 16:34
침대에서 놀다가 떨어진 뒤 특히 왼 팔을 건드리면 매우 아파하는 만 2살 된 아이를 엄마가 응급실에 데려 왔다. 아이는 왼쪽 팔을 축 늘어뜨리고 찡그리고 울 듯한 표정이었다. 엄마는 아이의 팔이 부러지지나 않았을까 매우 걱정했다. 아이가 왼쪽 팔을 전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기에 엄마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이 팔의 모양을 관찰해 보니 ‘팔꿈치 아탈구’가 의심됐다. 엄마에게 자세히 물어 보니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져 울자 당황한 나머지 아이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다시 아이의 자세를 보고 팔을 만져 보면서 어깨나 팔의 뼈가 부러졌거나 탈골 됐을 가능성을 살펴보았지만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왼손으로 아이 팔꿈치의 양 옆으로 튀어나온 부분인 요골두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아이의 앞 팔 가운데를 잡고서 아이의 팔꿈치를 굽히고 바깥쪽으로 살짝 비틀자 ‘딸깍’하는 느낌이 왔다. 아이는 계속 울기는 하였지만, 아이를 엄마에게 안긴 다음 아이가 엄마의 목에 매달리게 엄마의 팔을 내리라고 했다. 아이는 침대에서 떨어진 뒤 쓰지 않던 왼쪽 팔을 그제야 힘을 주면서 엄마의 목에 매달리고 울음을 그쳤다.
팔꿈치 아탈구는 다른 의학 용어로 ‘잡아당긴 팔꿈치’ 또는 ‘보호자에 의한 팔꿈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1~4살 아이의 팔을 갑자기 잡아당기면 이 증상이 생긴다. 대부분은 아이의 손을 잡고 가다가 잡아당겨 생기지만 종종 위와 같은 상황에서 생기기도 한다. 아이가 침대 등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졌을 때 일으키다가 팔을 잡아 당겨 이 증상이 생기면 부모가 잡아당긴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원인을 잘 들으면 쉽게 알 수 있는 이 질환은 이런 경우에는 감별하기 힘들어진다. 이 때는 아이의 팔 모양과 팔꿈치를 만져 보고 짐작하게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팔꿈치 아탈구가 생긴 팔을 축 늘어뜨리고 약간 안쪽으로 팔을 돌린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 팔의 상태를 바꾸려 하거나 팔꿈치를 만지면 매우 아파한다.
팔꿈치 아탈구는 매우 쉽게 맞출 수 있기 때문에 가끔 방사선 사진을 찍을 때 팔꿈치를 굽혀 찍다가 뼈 관절이 맞춰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전에는 자지러지게 울던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팔을 움직이기도 한다. 방사선 사진을 찍은 뒤에 증상이 없어지고, 방사선 사진에서 특별한 문제도 보이지 않으므로 가끔은 보호자와 경험 없는 의사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팔꿈치 아탈구는 1~4살 아이의 팔꿈치 손상 중에 가장 흔하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다닐 정도의 나이 이후에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재발을 줄이려면 팔꿈치를 맞춘 뒤에 1~2주 정도 삼각건 등으로 팔을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아이가 팔을 고정하고 있으려 하지 않기에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번 생긴 아이는 다시 생기기 쉬우므로 팔을 잡아당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팔꿈치 아탈구는 또 응급실 의사를 명의로 만드는 병이기도 하다. 간단히 한번 팔을 만지는 듯 했는데 거짓말처럼 아이가 멀쩡해지기에, 응급실 의사에게 보호자들이 가장 고마워 하는 외상이기도 하다.
김승열 안동성소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notwh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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