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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째 만성 신부전을 앓는 정정진씨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ㅇ내과병원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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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심장 호흡기 만성질환
신장병으로 26년째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정정진(51)씨는 1987년까지만 해도 어엿한 관리직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만성 신부전으로 그는 직장을 잃었고 합병증마저 겹쳤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막대한 치료비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어려운 살림살이는 ‘가계 파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정씨는 정부로부터 의료비를 지원받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됐다. 신장·심장·호흡기 장애 등 내부기관 장애인들의 ‘의료 파산’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백근(경상대)·윤태호(부산대) 교수가 26일 내놓은 내부기관 장애인 보고서를 보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233명)의 24.9%가 장애 전에는 건강보험 가입자였다가 장애 뒤에는 의료급여를 받아야 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장장애 쪽은 54.1%가 이에 해당했다. 장애 후 의료보장 자격이 바뀌었다고 답한 내부기관 장애인들에게 변동 원인을 물어보니 열에 아홉꼴(88.9%)로 ‘질병으로 인한 가계 파탄 때문’이라고 답했다. 장애 전·후의 ‘사회 계층’ 변동 여부를 분석한 결과, 중위계층의 경우 장애 전에는 전체 조사 대상자의 59.3%였으나 장애 뒤에는 43%로 떨어졌다. 반면에 하위계층은 31.3%에서 50%로 많아졌다. 이는 내부기관 장애인들의 가계에 의료비 부담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장애 질병이 발생한 뒤 의료급여 대상자로 바뀌는 기간은 평균 약 65.8개월이었으며, 이들이 질병을 앓은 기간도 평균 17.3년에 이른다. 내부기관 장애인들은 장애 치료가 생명 유지의 유일한 수단이어서 치료비를 계속 지출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질병 때문에 소득이 없거나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결국 ‘가계 파탄’으로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정백근 교수는 “정부가 장애인 범주를 내부기관 장애 영역으로 확대시켜 놓고도 정작 이들에 대한 의료보장책을 마련하지 않아 많은 내부기관 장애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주 이창곤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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