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6 19:31
수정 : 2006.03.26 19:31
사례로 본 내부기관 장애
내부기관 장애는 장애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 그 고통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질병과 장애를 함께 짊어진 탓에 내부기관 장애에 따른 치료와 보조를 계속하지 않을 경우 당장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삶의 질도 현저히 낮아진다. 일부 장애는 올바른 사회인식의 부족으로 ‘더러운 병’이라는 낙인마저 찍혀 사회활동에 큰 제약을 받기도 한다.
호흡기 장애 2000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진단받은 진교영(41)씨는 1998년부터 폐렴을 앓았지만 바쁜 회사 일정 때문에 해열제로 버텼다. 병세는 계속 악화됐고 2001년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부인의 수입과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는 “호흡기 장애인에게 이동하는 것은 사치”라고 했다. 집에서 산소발생기구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산소발생기구는 한달에 임대료가 보통 25만원. 하루종일 틀어놓으면 전기요금이 30만원 정도 나온다. 한달에 생명 유지를 위해서만 5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셈이다. 산소발생기구는 집에서 사용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간질 장애 김성미(45)씨는 대학 1년 때 간질이 발병한 뒤 어머니와 10년여 동안 기도원에 들락거렸다. ‘귀신이 들어 생긴 병’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었다. 증상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뒤에야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은 호전된 상태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더욱 깊어졌다. 사회활동을 해보려 했던 김씨는 번번이 차별의 벽에 부닥쳐야 했다. 부동산 텔레마케터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럽게 일했지만 직장에서 발작 증상을 보인 다음날 “아픈데 그만 집에서 쉬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간질은 병 중에서 가장 더러운 병으로 낙인찍혔다”며 “유독 간질만 수치스럽고 창피한 병인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장루 장애 장루장애인 이진호(45·가명)씨는 결혼 전 앓았던 궤양성대장염으로 1987년 대장을 모두 들어내고 영구 장루시술을 받았다. 배꼽 옆쪽에 낸 구멍으로 변이 배출된다. 결혼할 때 이씨는 시술 사실을 처가에 알리지 못했다. 장루장애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 때문이다. 이씨는 “항문의 위치가 바뀐 것뿐인데 지저분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배에 똥주머니를 달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때문에 자식들에게도 숨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씨 주변의 장루장애인들은 이런 이유로 늦게까지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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