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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7 07:10 수정 : 2006.04.17 07:10

원저자 해외이주뒤 교수가 국내 학술지에 투고
영어번역 해외 중복게재…병원재단 인사 제1저자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국내 학계가 연구윤리 문제에 민감해져 있는 가운데 국내 학회지에 이미 발표된 박사학위 논문이 제1저자가 바꿔치기된 채 국외 유명 학술지에 중복 게재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아무개(산부인과 전문의)씨는 2003년 8월 ㄱ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금은 싱가포르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주변 소문에 깜짝 놀랐다. 김씨가 국외 저널에 실린 논문을 돈으로 사 박사학위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그 저널 논문을 확인해보고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이 제1저자가 뒤바뀐 채 거의 그대로 실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더욱이 제1저자가 그가 국내에서 근무하던 서울 ㅊ병원 재단의 고위인사라는 사실에 김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ㅊ병원 불임센터 과장으로 일할 때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은 ‘조기 난소부전 환자에서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 반응을 이용한 미토콘드리아(사립체) 디엔에이(DNA) 카피 수의 정량적 분석’으로, 조기 폐경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검사법 연구였다. 그는 학위를 받고 한 달 뒤 싱가포르로 이주했고, 그 사이 ㅊ병원에서 김씨의 연구를 지도해줬던 ㅇ아무개 교수는 <산부인과학회지>에 김씨의 논문을 투고해 2004년 1월 실렸다. 김씨는 “ㅇ 교수가 애초 연구에 참가한 적이 없는 사람을 저자로 넣었다”고 주장했다.

ㅇ 교수는 또 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제1저자로 이 병원 재단 고위인사를, 공동저자에는 병원의 다른 교수 등 4명을 넣은 뒤 <미국생식의학회지>에 지난해 2월 투고했다. 이때 김씨는 저자 명단에서 아예 빠졌다. 이 논문은 지난해 12월 해당 학술지에 실렸다. 이 연구 결과는 또 지난 3월16일 보건복지부 연구기금을 받은 이 병원 연구소의 성과로 발표돼 여러 국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ㅇ 교수는 “재단 고위인사는 김씨의 연구 당시 미국에 있었지만, 혈액 샘플을 모으는 과정을 포함해 연구 과정이나 논문의 영어 번역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줘 제1저자로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의학학술지 편집인협의회의 한 위원은 “국내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국외 학술지에 실은 것은 ‘중복출판’을 금지하고 있는 논문 제출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특히 저자를 바꾼 일은 학계의 상궤를 크게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학계는 논문으로 연구 성과를 말하는 만큼 논문 제작이나 게재 과정의 규정 등은 엄격히 지켜야 한다”며 “학계가 현재 논문 규정 미준수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 등을 통해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ㅇ 교수는 “김씨가 영어 논문을 쓰라는 말을 듣지 않고 기초 자료를 모두 가지고 출국해 섭섭한 마음에 저자로 넣지 않았다”며 “연구 결과가 너무 좋아 해외 저널까지 욕심을 냈지만 중복출판에 대해서는 잘못됐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논문 중복출판 금지=<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의 편집장이었던 프란츠 잉겔핑거 박사가 1969년 다른 곳에 이미 게재됐던 논문은 자신의 잡지에 실을 수 없다고 공표한 데서 비롯된 학계의 불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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