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4 11:44
수정 : 2006.05.04 11:44
카이스트 정종경 연구팀, 발병 원인·과정 밝혀내
국내 과학자가 희귀 난치병인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을 밝혀내 치료제 개발 길을 열었다. 파킨슨병은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과 미국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앓았던 퇴행성 뇌질환으로, 미국에서는 50살 이상 100명 가운데 1명꼴로 발병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정종경(43) 교수 연구팀은 3일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인 ‘파킨’과 ‘핑크1’이 망가질 경우 도파민 뇌신경 세포와 근육세포 안 ‘세포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잃게 해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구명했다고 밝혔다.
뇌 속의 도파민 신경세포는 신경 회로에 윤활유 구실을 하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환경·유전적 원인으로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으면 떨림(수전증), 느리게 움직임(서동증), 뻣뻣해짐(강직) 등의 증세가 생긴다. 이를 1817년 영국의 제임스 파킨슨 박사가 체계적으로 정리한 까닭에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파킨과 핑크1 등의 유전자가 파킨슨병의 원인 유전자임을 밝혀냈지만, 이들이 어떻게 서로 작용을 하고 또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상실과 어떤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 교수팀은 파킨과 핑크1 유전자를 제거한 초파리들로 실험해 두 유전자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고, 이들 유전자의 훼손이 미토콘드리아를 변형시켜 결국 세포를 죽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파킨 유전자가 부서뜨리는 특정 단백질을 찾아내면 적어도 파킨슨병의 진전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이런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 성과를 추가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지원하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으로 이뤄졌으며, 4일치(한국시각) 과학저널 <네이처> 인터넷판에 주요 논문으로 실린다. 또 신경학 분야 유명 저널인 <뉴런>에도 곧 해설자료가 실릴 예정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