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의 직장여성인 손아무개씨는 5개월 전에 어금니를 발치한 일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 충치 때문에 치아 중심부에 있는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 치수에 염증이 생겨 치통이 심해지자 성급하게 발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손씨는 지금까지도 빈 어금니 자리에 임플란트(인공치아)를 할 것인지 브릿지를 할 것인지 양단간에 결정을 하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다. 임플란트는 시술비용이 많이 들고, 브릿지는 시술기간도 짧고, 비용도 낮은 편이지만 멀쩡한 양 옆 치아를 많이 깎아내야 하고 내구성이 길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탓이다. 손씨처럼 치수염이 생기거나 치아 뿌리에 염증이 생겨 잠시라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극심한 경우에도 치아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우철 서울대 치과병원 치아보존과 교수는 “치과 치료는 상실된 치아를 인공 치아로 대체해 주는 것 보다 상실되지 않도록 수복하고(떼우고), 근관 치료(신경치료)로 살리는 게 더 중요하고 보편적”이라면서 “손씨의 경우 발치 이전에 근관치료를 했으면 어금니를 보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관치료는 감염된 치수 조직을 특수한 기구를 사용하여 완전히 제거하고 근관을 소독하여 무균상태로 만든 다음 생체에 적합한 재료를 사용하여 치수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채워주는 치아 보존술이다. 노병덕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보존과 교수는 “치아 발치는 최선의 보존적 치료 다음에 선택하는 것”이라며 “종종 보존적 치료의 통증과 오랜 기간의 불편함 때문에 발치를 하고 인공치아를 이식하는 경우가 있으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당장 아프고 고통스럽고 귀찮아서 차라리 빼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치과 의료기관쪽에서는 치아를 뽑아도 임플란트 시술이라는 수단이 있어 발치에 대한 고민이 적어 쉽게 권하는 편이라는 얘기다. 시간 걸리고 보험수가 낮아 의사들 치아 보존 치료 기피
수술 현미경 있어야 성공률 높아 개원가에도 보급 시급해 이 교수는 “치과의사에게 근관치료는 기피의 대상”이라며 “그것은 환자와 치과의사가 근관치료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 노력 등에 비해 건강보험 수가가 너무나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도 “미국의 경우 자연치아 하나의 보존적 치료비(근관치료후 수복)와 임플란트 이식비가 거의 비슷하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수가에선 치아 보존적 치료비가 너무 낮다”고 말했다. 근관치료는 외과의 고난이도 정밀수술과 같아 세 차례 정도 치과 의료기관을 방문해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치아 하나를 근관치료하는데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가량 걸리지만 치료비는 모두 합해 평균 6만~7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환자들도 입을 오래 벌리고 한시간 가량 누운채 근관치료를 받을 경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오히려 역정을 내기도 한다. 근관치료는 우선 50원짜리 동전 넓이도 안되는 치아의 씹는 면에 드러난 충치를 제거한 뒤 구멍을 뚫어 바늘 구멍보다도 더 작은 근관 입구를 찾아내야 한다. 그 근관을 통해 염증 부위까지 도달한 뒤 바늘 같은 기구로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기울여 세균을 제거하고 소독하고 밀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환자들이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근관치료를 제대로 하려면 치과용 수술 현미경 같은 장비가 필요하지만 개원가에는 거의 없고 대학병원급 치과 병원에서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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