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3 18:57
수정 : 2006.06.24 00:40
운영비·이윤 빼느라 “저질 재료 써”
학부모 불만 무시하다 결국 사고불러
위탁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급식 운동단체와 학부모들은 낮은 음식의 질과 불투명한 조리 위생 관리, 잦은 식중독 등 위탁급식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특히 식중독 사고는 위탁급식 학교에서 빈발했다.
위탁급식이 식중독 발생 3배=교육부가 23일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직영급식 학교에 견준 위탁급식 학교의 식중독 발생률은 3배 이상 높았다. 급식을 학교가 직접 관장하는 직영급식 학교의 식중독 발생률이 0.13%인 반면, 외부 업체에 맡기는 위탁급식 학교에선 0.42%나 됐다. 2002년에는 2.3배, 2004년엔 1.5배였으며, 대규모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가 터진 2003년에는 13.4배로 치솟았다.
100% 가까이가 직영급식인 초등학교보다 위탁급식 비중이 44%나 되는 고교의 식중독 발생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식중독 발생 건수는 초등학교 6건, 중학교 2건, 고등학교 11건이다. 학교 수에 견준 발생률이 초등학교 0.106%, 고등학교가 0.53%로 고교가 5배나 높았다. 2004년엔 초등학교에서 15건의 식중독 사고가 난 반면 고교에선 34건이나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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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은 같은데 질은 나빠요=급식 식재료의 질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도 무척 크다. 학교급식 운동가들은 위탁급식은 업체의 속성상 학생들의 영양이나 음식의 질보다는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탓에 급식의 질이 직영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부실한 위탁급식의 낮은 질은 학교와 위탁업체 간의 급식 리베이트 의혹도 눈덩이처럼 키워왔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이빈파 대표는 “이윤을 내야 하는 급식업체들이 단가를 맞추느라고 저질 식재료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비 사용내역을 보면 한 끼당 급식비는 위탁급식의 경우 2140원으로 직영(1540원)보다 600원이나 비싸지만, 식재료비는 1193원으로 직영급식 1459원에 비해 훨씬 쌌다. 학교급식네트워크의 조사를 보면 위탁급식은 직영에 비해 인스턴트식품, 냉동식품, 수입 식재료 사용 빈도가 훨씬 잦았다.
직영급식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급식의 질을 점검하지만, 위탁은 급식 운영 전반을 업체에 내맡기고 있어 음식의 질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학교급식 직영 전환 목소리=일선 학교에선 학부모들의 직영 전환 요구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2003년부터 모두 470개 학교가 직영으로 전환했다.
전교조와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회견을 열어 학교급식 직영 전환을 요구했다. 참교육학부모회도 학교급식 직영 전환과 학교급식법 개정, 급식지원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김재석 서울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직영을 하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질 좋은 급식을 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학교와 지자체, 국가가 나서서 직영급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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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낮 서울 중구 인현동 덕수중학교 식당이 급식 중단으로 텅 비어 있다. 식당 한쪽엔 이번에 집단 식중독을 일으킨 식재료를 공급한 씨제이푸드시스템(주)의 ‘고객과의 약속’ 광고판이 붙어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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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식품의약품안전청 미생물검사과 직원이 세균 분리용 배양액을 쌓아 놓고 최근 초중고교에서 일어난 집단 식중독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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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식품의약품안전청 미생물검사과 직원이 세균 분리용 배양액을 쌓아 놓고 최근 초중고교에서 일어난 집단 식중독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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