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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4 18:56 수정 : 2006.07.04 18:56

학교 농장에서 기른 유기농 채소와 직접 담군 된장·김치로 마련한 급식을 먹고 있는 서울미술고 학생들.

직영급식 15년째 급식비 적자나도 애들이 먹는것이기에…
학교 농장서 유기농 재배한 배추 마늘…


서울미고 직영급식 성공 비결 들여다보니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서울미술고등학교는 학교에서 고추장·된장·간장·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다. 요즘 웬만한 집에서도 사다 먹는 된장·고추장을 학교에서 담가 먹는다면 대부분 ‘무슨 소린가’ 하고 쳐다본다.

4일 이 학교 점심은 쌀밥에 낙지볶음, 배추된장무침, 생선전과 뭇국으로 차려졌다. 이날 반찬에 쓰인 고추장과 고춧가루, 된장, 무는 강원도 영월에 있는 학교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기른 채소로 직접 장만한 것들이다. 후식으로 내놓은 복분자와 찐옥수수도 영월에서 공수해 왔다. 농장에서 닭을 길러 학생들에게 유정란을 먹이고, 농사지을 땅에 퇴비도 마련한다.

1992년 이 학교에서 직영급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서울에서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김정수(61) 교장은 “학교에서 급식비 많이 남기려고 직영급식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밥이 부실해질 걸 뻔히 알면서 위탁을 할 수는 없었어요. 싱싱한 재료를 사려고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육류든 생선이든 꼼꼼히 살펴서 직접 사왔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95년부터는 김 교장이 학생들에게 유기농을 먹여야겠다는 욕심에 학교 농장을 생각해냈다. 처음에는 고추와 콩 정도만 기르다가 이제는 배추, 미나리, 부추, 가지, 고구마, 마늘, 참깨, 들깨까지 키운다. 지방자치단체 소유인 근처 야산을 빌려 산수유, 두릅, 도라지, 더덕, 복분자 농사도 짓는다. “10년을 내다보고 학교 농장을 시작했는데 이제야 땅이 비옥해져서 전교생 600여명이 1년 내내 먹을 장류와 김치 정도는 자급자족하고 있어요. 교육은 항상 멀리 내다봐야 하듯 급식도 멀리 보고 준비를 해야죠.” 김 교장의 ‘급식 철학’이다.

아직 학교 농장에서 공급하지 못하는 식재료는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대형 식자재업체로부터 공급을 받는다. 매일 새벽에 배송된 식재료를 오전 8시부터 영양교사와 조리사 5명이 꼼꼼히 살핀다. 검수표를 만들어 항목별로 확인을 한다. 이 가운데 신선도가 떨어지는 식품은 매몰차게 반품을 한다. 그리고 근처 재래시장에 가서 필요한 재료를 사온다.

영양교사 이은성(30)씨는 “업체 쪽에 식재료 단가를 지나치게 따지지 않고 신선한 재료를 강조하다 보니 최상의 재료를 골라주기 때문에 조미료를 쓰지 않아도 음식 맛이 좋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2004년에는 급식비가 700만원 넘게 적자가 났다. 급식비는 한 끼에 2700원으로 다른 학교와 비슷하다. 이 학교에서는 단지 맛있는 밥을 먹이는 것뿐만 아니라 ‘밥상머리 교육’도 한다. 학교 식당 한쪽에 전통 사랑방으로 꾸민 ‘급식 예절실’을 두고 반별로 조를 짜서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식사 예절을 가르치고 자연스레 상담도 한다.

서울미고는 10년 넘게 아이들에게 유기농 점심을 챙겨 먹인 요령을 엮어 최근 <멋있는 학교 맛있는 급식>이라는 책을 냈다. 학교 급식에서 표준 식재료 고르는 요령, 식재료 검수표, 급식 예절실 운영을 소개하고, 이 학교의 지난해 식단까지 모두 공개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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