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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5 16:53 수정 : 2006.07.05 22:35

김양중 기자

암환자 가족들 ‘한미 FTA 반대’ 나서다

김아무개씨(50·경기도 광명시)는 2001년 신장암을 진단받았다. 지난해 말까지 4차례의 수술과 면역치료 등 여러 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그동안 수술비 1500만원 정도를 비롯해 6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지난해 말부터는 면역치료 등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해서 다른 암에 쓰는 항암제를 먹기 시작했다. 신약인데다가 신장암에는 보험이 되지 않아 한달에 약값이 800만원이나 들었다. 약값을 대기 위해 딸인 홍아무개씨와 그의 아버지가 버는 돈, 그동안 저축한 돈 모두를 털어서 써야 했으며, 신용대출로 1000만원 정도를 대출했다. 그동안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며 치료를 반대했던 김씨는 딸이 빚을 내서 자신이 치료받고 있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신장암에 효과가 있다는 항암제가 들어오는데, 이 약들도 한달에 600만~800만원 수준이다. 홍씨는 “좋은 치료제가 있어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해 어머니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했다”며 “한미 FTA에서 의약품에 관련된 내용은 미국의 요구 조건을 모두 들어준다는 정부 정책이 원망스러워 기자회견까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홍씨처럼 신장암, 위장관기저암, 백혈병, 강직성척수염, 에이즈 등 하루하루 약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환자들 및 그 가족들이 한미 FTA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5일 서울 안국동 달개비(예전 느티나무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국민과 별다른 협의나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에 심각한 우려와 반대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날 환자단체들은 또 “지난 6월 다국적 제약사들이 보건복지부의 약값 적정화 방안에 대해 환자들의 약에 대한 접근권 등을 내세워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이윤에 눈이 먼 이들 제약사들의 방패막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한미 FTA 협상과 관련 ▲의약품의 특허권 인정 및 특허기간 연장 시도 ▲의약품의 강제실시 불인정 ▲미국 제약회사의 한국 약값결정 과정 참여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허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개발비를 8억 달러라는 수년전 노바티스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출시 5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매출이 60억 달러에 이르는데도 특허를 20년 동안 묶어놨다”며 “한미 FTA에서 특허 기간을 더 연장하려 하면서 환자들의 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강제실시와 관련해 이 제도를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곳이 미국이면서 우리나라만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제실시는 제약회사의 반대로 특허 약을 들여올 수 없을 때, 국가가 자국의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권과 관계없이 복제약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말한다.

환자단체들은 “한미 FTA는 이미 실패를 해도 완전히 실패한 미국의 의료제도를 우리나라에 강요하는 행위”라며 “이번 협상은 근본적으로 우리 모두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버릴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글·사진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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