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8 20:07
수정 : 2006.07.18 20:07
시원한 바람·야경 ‘일석이조’
당뇨병·고혈압 환자에게 좋아
하산길 발목·무릎 주의해야
긴팔옷·야광테이프 꼭 준비를
장마 뒤에 찾아오는 한여름 더위는 각종 건물과 포장도로로 뒤덮인 도시에서의 생활을 한층 더 짜증스럽게 만든다. 바캉스를 떠나 보기도 하지만 잠시 동안의 도시 탈출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찜통더위를 물리치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여름철 야간산행은 다르다. 우리나라 도시 주변에는 산들이 많아 도시를 멀리 떠나지 않고도 밤 시간대를 이용해 손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산악회의 하나인 ‘야간산행’의 서호성(30) 회원은 “한여름 밤에 산길을 따라 걸으면 시원하고 여유로워 기분 전환이 된다”며 “서울 근교에는 등산로 입구까지 접근이 용이하고 등산로가 잘 알려져 있는 등 야간산행에 적합한 산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산악회인 ‘달빛따라 산길따라’의 김삼문(43) 달빛대장은 “야간산행을 하기에 최적의 계절은 여름철부터 가을까지”라고 말했다.
도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야간산행의 유의할 점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여름철 야간산행은 ‘꿩먹고 알먹기’
야간산행은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시원하다. 계곡과 숲길,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시원한 산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주간산행과 달리 산행 중 직사광선에 의한 일사병 염려도 없으며, 피부 노화에 치명적인 자외선도 피할 수 있다.
둘째, 한적하다. 도시 근교 산들은 주말에 주간산행 인파로 만원이다. 사람에 치여 산행을 즐기기 힘들다. 하지만 야간산행은 주중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등산객이 많지 않아 여유롭고 한적하다. 풀벌레 소리, 바람에 나뭇가지 부딪치는 소리 등이 새삼 크게 들린다. 침묵에 빠진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셋째, 건강에 이롭다. 야간에는 혈압이 낮아지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나 고혈압 환자들이 야간산행을 하면 좋다. 또 야간산행 후 잠 잘 때 뇌에서는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에 면역력 증강과 노화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야간산행시 부상을 예방하려면
야간에는 눈앞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만큼 사고의 위험도 높다. 특히 여름철 변덕스러운 날씨로 비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사고의 위험은 훨씬 높아진다. 경찰산악구조대에 따르면 야간산행시 부상은 산에 오를 때보다 내려오는 길에 새벽 4시께 주로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하산할 때 신체의 무게중심이 높고 허공에 떠 있는 시간이 많아 신체가 불균형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발목이나 무릎 부위를 삐는 경우가 가장 많고, 타박상이나 찰과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낙석이나 미끄러짐 등으로 심할 경우 연부조직의 파열이나 연골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야간산행의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산행 전 안전장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산행 출발에 앞서 스트레칭을 충분히 함으로써 산행 중 무리가 가장 많이 가는 관절을 보호해야 한다. 산행 도중 발목이나 무릎 관절의 손상이 의심될 때는 환부를 고정시키고 주변 나뭇가지 등 단단한 물체를 대고 타월로 감싸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때 관절을 주무르거나 통증이 있다고 환부를 마사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무릎이나 발목 등의 관절에 손상을 입고도 외상이 없고 며칠 후 통증이 완화되었다는 이유로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더 큰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야간산행 중 부상을 당했다면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 손상되었는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 야간산행, 이것만은 꼭 점검하자
혼자서 야간산행을 하는 것보다는 등산 동호회나 등산로를 잘 알고 있는 지인과 함께 한다. 평소 익숙해져 있는 가장 안전한 등산로를 선택하는 게 좋다. 야간산행은 낮에 비해 산행 속도가 빠른 경향이 있으므로, 산행에 앞서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어 부상을 예방해야 한다.
일기예보를 미리 챙기고, 헤드랜턴, 손전등, 방수방풍 재킷, 일행과 헤어질 경우를 대비한 나침반과 호루라기, 휴대폰 등과 같은 기본 장비와 구급약을 갖춘다. 산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가장 추운 해뜨기 직전을 대비해 긴팔 옷을 준비한다. 등산복은 눈에 잘 띄는 밝은 빛깔 계열을 입고 야광 테이프를 배낭이나 옷에 붙인다. 특히 산행 도중에는 앞 사람을 놓치지 말고 바짝 따라붙어 안전한 등산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사진 산악회 ‘달빛따라 산길따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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