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5 20:15
수정 : 2006.08.16 14:30
여름휴가 성수기는 지난 14일 징검다리 휴일을 고비로 거의 끝났다. 하지만 여름휴가를 너무 빠듯하게, 혹은 계획 없이 보낸 사람들은 이른바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에 출근해도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거나, 피부가 햇볕에 너무 많이 노출된 탓에 말썽을 일으키거나, 심지어 설사병, 유행성 눈병 등과 같은 전염성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도 있다.
김수영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여름휴가 뒤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후유증에 대해 알아보자.
밤에 잠 설치면, 억지로라도 제시간에 일어나고
따가운 피부엔 얼음찜질, 설사나면 우유 피해야…
■ 깨진 생체 리듬
여름휴가를 다녀 온 뒤 ‘피곤하고 의욕이 없다’, ‘밤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구강점막과 입술 주위가 자주 헌다’, ‘소화가 잘 안 된다’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휴가 후유증은 대개 생체리듬이 깨져 생긴다. 휴가기간 동안 과도한 놀이와 무절제한 생활로 여러 가지 호르몬 체계나 수면주기 등이 삐거덕거리는 것이다. 밤새도록 놀다가 낮에는 잠을 자는 생활을 반복한다든지, 해외여행 등으로 인한 시차 문제로 고생하게 되면 잠잘 때 수면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일을 할 때는 항상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면역기능도 떨어져 평소 체내에 잠재해 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입술 주위에 물집이 맺히는 구순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혼란에 빠진 생체리듬은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수면 리듬을 회복하는게 중요하다. 피서지에서 돌아온 뒤 적어도 3~4일간은 자명종의 힘을 빌려서라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침체된 신진대사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도움을 주는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도 생체리듬 회복에 좋다.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거나 시판중인 종합비타민제를 먹어도 된다.
■ 햇볕에 시달린 피부
일광욕이 지나치면 피부가 붓고 따가우며 심한 경우 물집이 생긴다. 이는 태양광 속의 자외선 탓에 피부가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찬 물수건이나 얼음, 또는 차가운 우유로 피부를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찬물을 냉장고에서 빼내어 거즈 등에 묻혀 화끈거리는 부위에 3분 정도 올려놓아 화기를 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껍질이 일어날 때는 일부러 벗기지 말고 자연스레 벗겨지도록 하는 것이 좋도, 자주 씻지 말고 과도한 마사지도 피해야 한다.
일광욕 화상으로 통증이 심하면 약국에서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사서 먹으면 된다. 만일 증상이 심하면 의사를 찾아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햇볕의 자외선은 피부를 검게 만들 뿐 아니라 기미나 주근깨를 새로 생기게 하거나 하고 이미 있던 기미나 주근깨를 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을 ‘피부 흑화현상’이라고 한다.
자외선은 고도가 올라갈수록, 그리고 물이나 모래 등이 있으면 더 강해지기 때문에 여름휴가를 다녀오면 흑화현상이 일시적으로 심해지기도 하지만,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탈색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 빈발하는 전염성 질환들
휴가 후유증으로 가장 흔한 질병은 급성복통, 설사, 구토를 동반하는 급성 장염이다. 물을 갈아먹어서 생기는 여행자 설사에서부터 바이러스성 장염, 세균성 장염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경우 설사가 멎을 때까지 우유 등 유제품을 피하고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을 공급 해주면 며칠 안에 저절로 낫는다. 소변 양이 줄 정도로 탈수가 심하거나 설사에 점액이나 피가 섞여 나오면,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 약을 먹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설사만 멈추게 하는 지사제는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수영장 등에서 전염되는 유행성 눈병은 대부분 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며 특효약도 별로 없고, 보통 7~10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다만 가족 중 눈병환자가 발생하면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손 씻기, 수건 따로 쓰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세균성 결막염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눈병도 있으므로 증상이 심한 경우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고온 다습한 여름철에 많이 생기는 귓병은 대부분 세균 감염으로 생기는 외이도염이다. 귀 안이 붓고 진물이 흐르는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데,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약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여름철에 종종 발생하는 응급상황으로 벌레가 귀에 들어가는 일이 있다. 고막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면 식초·알코올·글리세린을 넣어주는 응급조처로 벌레를 죽일 수 있으며 죽은 벌레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제거해야 한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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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탈엔 온찜질, 멍엔 달걀마사지… 어린이 휴가 후유증 대처법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아이들도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윤상 산본 함소아한의원 원장의 도움말로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어린이 휴가 후유증 대처요령에 대해 알아보자.
■ 배탈
한방에서는 여행 등으로 음식이나 먹는 물이 바뀌어 생기는 배탈이나 설사 증상은 속이 차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식욕이 떨어지거나 복통, 구토 등도 역시 차가워진 속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에 해당한다.
김 원장은 “아이가 물을 갈아먹은 뒤 설사 등 증상을 보일 때에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배를 찜질하거나 배꼽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40~50회 정도 문질러주면 도움이 된다”며 “여름철 소화기관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두나 레몬과 같은 신맛이 나는 과일이나 신맛이 나는 약재인 오미자를 인삼과 함께 먹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 피부화상
성인보다 피부가 약한 아이들은 1~2시간만 강한 햇볕에 노출되어도 피부가 손상되기 쉽고 회복하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벌겋고 화끈거리는 부위에 찬 수건을 대어 진정시키거나 찬 성질을 가진 녹차 우린 물, 오이, 감자, 수박 껍질 등으로 찜질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은 고온과 열대야에 땀과 화상이 겹치면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 실내온도를 낮추고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 멍
아이들은 수영장 벽이나 모서리, 바위, 놀이시설 등에 부딪혀 멍이 들기 일쑤다. 멍이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빛이 돌 때 얼음찜질을 해주면, 멍이 크게 번지지 않는다. 그러나 2~3일이 지나도 여전히 파랗거나 검은빛이 돌면 달걀처럼 손에 잡기 쉬운 원형 물체로 멍 부위를 마사지해준다. 평소 멍이 잘 든다면 홍화씨를 볶은 기름을 하루에 한 티스푼 가량 먹으면 좋다.
■ 외이도염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면 귀에 물이 들어가거나 염증(외이도염)이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일단 손가락이나 귀이개 등으로 귀를 후비지 말고 생리식염수나 깨끗한 물로 씻은 뒤 면봉으로 물만 닦아낸다. 잘못하면 염증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으므로 이른 시일 내에 소아전문병원이나 이비인후과를 찾도록 한다.
안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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