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5 21:03
수정 : 2006.08.15 21:03
5조시장 잃는 업계 “국민 의료비 부담만 커질 것”
보건당국·시민단체 “진료 남발 재정에 도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영역 중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본인 부담금)에 대해서 보험사들이 암보험·의료보장보험 같은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개편이 추진되면서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보험시장이 연간 보험료 기준으로 10조원 규모인 민영의료보험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은 보험업계의 반대 논리가 궁색하다고 주장한다.
열린우리당의 장복심 의원은 △본인 부담금은 민영보험 대상에서 제외 △표준약관 도입 △표준약관을 만들 때 금융감독당국이 보건당국과 협의 △민영의료보험의 관리·감독 주무부처를 금융당국이 아닌 보건당국으로의 이전 등의 내용을 담은 ‘민영의료보험법(가칭) ’ 제정안을 다음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도 지난달 장 의원과 유사한 내용의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관리·감독부처를 금융당국으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게 차이점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법 제정을 철회하라”며 지난 7일부터 ‘30만 보험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15일 “민영의료보험의 관리·감독 부처를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로 옮기려는 것은 금융당국이 감독을 맡는 선진국 추세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또 “본인 부담금을 민영보험에서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증가로 장기적으로는 국민건강이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근본 이유는 개편안이 추진될 경우 관련 보험시장의 위축으로 큰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민영의료보험 시장은 국민건강보험(연간 보험료 수입 22조원)의 절반인 8조~11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신의료기술·고급의료 등 ‘비급여 영역’과, 급여 영역이지만 일정 부분을 본인이 부담하는 영역이 민영보험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따라서 본인 부담금 부분을 보험에서 다루지 못하게 되면 업계는 4조~5조원의 시장을 잃게 되는 셈이다.
보건당국과 시민단체 등은 보험업계의 반대에 대해 업계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본인 부담분까지 보장하도록 하면 환자가 병원비 걱정이 없어지므로 자동차보험의 이른바 ‘나이롱’ 교통사고 환자들처럼 진료 남발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영보험 가입자도 건강보험은 필수로 들기 때문에 민영보험 가입자의 진료 남발은 전체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와 보험료 인상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이용갑 건강보험공단 부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 본인 부담금을 보험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프랑스가 거의 유일한데, 본인 부담 보충형 보험에 든 가입자들의 진료행위와 비용지출이 일반 환자보다 10%~86% 더 많다는 연구논문들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04년 ‘의료제도 향상을 위한 보고서’에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본인부담 부분은 민영보험 보장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