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24 20:26 수정 : 2006.08.24 20:26

황복남씨, 희귀질환 앓는 딸 수술비 없어 발동동

“차라리 딸과 함께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리 황복남(58·오른쪽)씨는 크론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앓는 딸(22·왼쪽)만 보면 마음이 아프다. 딸 수영씨는 세살 때 허리를 다쳐 척추장애(2급)를 안고 산다. 아홉살 때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후유증이 나타났다. 황씨는 “딸 몸에 작은 구멍이 뚫려 음식물이 몸 밖으로 농과 섞여 나온다”고 말했다. 영양결핍으로 성장이 멈춰 1m20㎝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양쪽 다리가 펴지지 않아 13년 째 방안에서 웅크린 채 살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 뒤 고엽제 후유증을 보이는 황씨는 기초수급자다. 딸의 아픔에 충격을 받은 아내(46)는 정신질환을 앓다가 수년 전 가출했다. 딸을 업고 집에서 10여㎞ 떨어진 보건소에 가는 것조차 힘들어 포기했다. 치료비 걱정 때문에 큰 병원에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황씨는 “보건소에서 붕대를 타다가 상처 부위를 감싸주거나, 화장지로 농을 닦아줬을 뿐”이라고 했다.

황씨는 지난달 중순 목포 성실교회 정상균 목사 도움으로 병원을 처음 찾았다. 광주기독병원 정형외과는 수영씨가 ‘상세불명의 크론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론병은 주로 소장의 끝 부위인 회장에 생기는 염증성 장 질환으로, 영양불량 상태가 오고 항문과 직장 주위에 농양을 일으킨다. 광주기독병원쪽은 “수영씨 영양상태가 극히 안좋은데다 한쪽 신장이 제기능을 못해 신우신염이 올 경우 생명이 위험하다”고 했다.

정 목사는 광주기독병원 소개로 수영씨를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4천만원의 수술비가 걱정이었지만, ‘어떻게든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수영씨는 대학병원에서 ‘병실이 없다’고 진단조차 하지 않는 바람에 섬으로 돌아갔다. 아버지 황씨는 “혼자 글을 배워 책을 읽으며 지내는 딸이 불쌍하다”며 “세상을 향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싶다”고 했다.

글 정대하 기자daeha@hani.co.kr

사진 한국복지재단 전남지부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