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05 20:46
수정 : 2006.09.06 17:37
아이의 머리를 만지던 혜원씨는 머릿속에 뭔가 꼼틀거리는 게 있어 유심히 보았다. “어머, 머릿니잖아?” 약국에 가서 머릿니가 있다고 하자 머릿니 샴푸를 권해주었고 그것으로 아이의 머리를 감겼다.
며칠 뒤 아이가 “엄마, 이상하게 눈이 침침한 것 같고, 자꾸 눈물이 나와요.” 한다. 그즈음의 생활변화를 보니, 달라진 것은 머릿니 샴푸를 사용한 것뿐이라는 생각에, 샴푸의 주의사항을 보던 혜원씨는 살충제 성분인 린덴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 부작용을 보니 ‘1. 중추신경계, 혈액 및 간 독성 있고 나이 어린 사람은 독성이 더함, 2. 고용량, 지나친 노출, 반복투여나 장기간의 적용 후에 발작과 사망, 3. 지시대로 사용한 경우에도 드물게 발작이 보고’ 등등등.
되도록 친환경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려고 노력한 자신이, 정작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약품이나 생활 속의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효능만 생각했지, 제대로 주의사항이나 부작용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혜원씨 자신이 어렸을 때도 머릿니가 돌았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혜원씨 어머니는 머리를 짧게 깎이고, 바닥에 달력을 펴놓고, 참빗으로 머리를 박박 빗겼다. 그러면 통통하고 까만 이가 흰 달력 위로 벌벌 기어다니거나, 하얀 서캐가 우두둑 떨어져, 엄지손톱으로 눌러가며 머릿니를 잡았었다. 그 시절의 부작용이란, ‘1. 머리가 엉키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프고, 2. 아프다고 소리 지르면 엄마에게 쥐어박히고, 3. 머릿니 잡는 것이 더딘 것’ 정도였다.
어렵사리 참빗을 구해 이를 잡아줬더니 아이가 눈이 침침하다거나 눈물이 난다는 호소는 하지 않았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머릿니, 옴 등을 치료하기 위해 린덴을 함유한 외용제(크림이나 로션)가 피부로 흡수되어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 의약품을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토록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사용시 주의사항을 강화키로 했다고 한다. 혜원씨는 애초 샴푸를 살 때 약사가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면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환경정의 다음지킴이 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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