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7 19:05
수정 : 2006.10.17 19:05
밖에 나간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노는지 궁금해진 혜선씨는 아이들이 손에 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8살 큰아이와 6살 둘째아이가 폐형광등으로 칼싸움을 하고 있던 것이다. 미처 말릴 틈도 없이 형광등 하나가 깨지고 하얀 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리고 있었다.
혜선씨의 집은 다가구와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라, 아파트처럼 폐형광등이나 폐건전지 수거함이 따로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폐형광등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곤 한다. 지난번에는 동네 아저씨가 자루에 무얼 넣고 망치로 깨고 있어 자세히 보았더니, 모아놓았던 폐형광등을 자루 속에 넣고 잘게 부수는 것이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종종 동네 길바닥에는 깨진 형광등의 잔해가 흩어져 있다.
폐형광등에는 개당 약 25~30㎎의 수은이 들어 있다. 수은 일부는 형광등 유리관 안의 형광물질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일부는 가스 형태로 들어 있다. 형광등에 함유된 수은 증기는 휘발성이 높기 때문에 가정이나 공장에서 깨서 버리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6월, 녹색소비자연대와 한국조명재활용협회가 전국 폐형광등 처리업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 해 동안 폐형광등의 20%만이 분리 수거되어 처리되었고, 나머지 80%는 무단 폐기되었거나 매립, 소각 등으로 처리됐다고 발표했다. 무단 폐기된 수은은 먹이사슬을 타고 돌거나 바람을 타고 공기 중에 떠돌고 있는 셈이다.
임신 중 수은에 노출되면 태아 중추신경계 발육과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수은에 많이 노출되면 발작과 경련성 마비가 일어나기도 하며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 지체를 일으키기도 한다. 자폐의 원인이라는 보고도 있다.
혜선씨 자신은 폐형광등을 전구가게에 되돌려주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정부가 형광등의 분리 수거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다가구 주택이나 단독주택의 골목에도 곳곳에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아이들이 독성물질을 가지고 놀다가 들이마시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줄 것을 환경 당국에 촉구하기로 했다.
환경정의 다음지킴이 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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