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31 18:46
수정 : 2006.10.31 18:46
이것저것 살 것이 많아 바쁘게 돌아다니지만 얼굴에 늘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는 영준(가명)씨. 모든 이의 축하를 받는 결혼식을 두 달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 신랑과 함께 새집도 장만하고 새 가구들과 새 그릇, 새 옷을 준비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한 선배의 조언이 영준씨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결혼이라면 모든 것을 새것으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결혼을 하고 1년에서 3년 안에 아이를 갖게 되는데 새집, 새 가구 등으로부터 나온 유해 화학물질이 가임부부와, 처음 태어나는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준씨는 가구를 사러 갔을 때 시큼한 냄새와 함께 눈이 시리고 따가웠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런 현상들은 목재가구 소재인 합판, 원목 등을 가공할 때 많은 양의 접착제와 방부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적은 양이라도 공기 중에 발산되면 유독가스가 되어 의욕저하, 불면증, 천식을 일으키며 유전인자를 변화시킬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다. 특히 방부제로 사용하는 붕산염은 눈을 자극하고 생식능력을 떨어뜨린다. 천연가죽 소파 또한 가공과정에서 가죽 방부제, 염색약, 접착제 등 각종 화학물질을 쓰고, 합성가죽은 플라스틱 소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가소제에 환경호르몬 의혹 물질로 밝혀진 프탈산 부틸벤젠을 쓴다. 플라스틱 가구들은 실내온도가 올라가면 환경호르몬을 계속해서 발생시키며,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보통 알레르기, 호흡곤란, 소화불량, 코와 입 점막의 건조, 무감각,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킨다.
기쁜 결혼식과 곧 태어나게 될 아기를 위해 영준씨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그녀의 가정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새집, 새 가구, 새 물건들이 아니라,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는 마음가짐과 사랑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중고시장으로 갔다. 최소한의 가구와 물건들을 들여놓고 살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차차 구입할 예정이다. 소파는 천연섬유로 된 것을 구입하기로 했고, 주변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받기로 했다. 집의 장판과 벽지는 친환경 세제, 목초액, 물걸레로 닦으니 깨끗해졌고, 그래도 지저분한 곳은 한지를 발랐더니 인테리어를 새로 한 것 같아 보기 좋았다.
환경정의 다음지킴이 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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