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5 21:17
수정 : 2006.11.05 21:17
달여먹던 약초 ‘쥐손이풀’
충남 부여서 씨앗 확인
1800여년전 원삼국시대 집터에서 선조들이 달여먹었던 것으로 보이는 약초 탄화물이 최초로 발견됐다.
충청문화재연구원은 2004년 충남 부여군 은산면 가중리에서 발굴한 1~3세기 원삼국시대 집터의 출토 곡물들을 최근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충남대 고고학과와 공동 분석한 결과, 설사약(지사제)으로 쓰이는 다년생 약초 ‘쥐손이풀’(제라늄·사진)의 씨앗 17개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쥐손이풀 씨앗은 콩과 비슷한 모양과 크기로, 네모진 집터 바닥에 깔린 채 나왔다. 씨앗들은 약재로 달여먹기 위해 풀의 줄기를 다듬고 쳐내는 과정에서 떨어진 것으로 연구원쪽은 추정했다. 쥐손이풀은 설사를 멎게하는 효능이 뛰어나 옛부터 민간요법에서는 지사제로 널리 알려져 있고, 위장병, 류머티스 등의 치료제, 해열제로도 쓰였다.
국내 선사·고대 유적지에서 약초 식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쥐손이풀 씨앗은 연구원쪽이 서울대 기초과학 공동기기원에 연대 측정을 의뢰한 결과, 기원후 70~250년께의 것으로 나타나, 같은 집터의 딸림 유물인 숯(목탄) 연대와 일치했다. 이를 통해 당시 집터에 살던 옛 사람들이 상비약으로 쓰려고 의도적으로 보관했다는 점이 입증된다고 연구원쪽은 설명했다.
김명진 연구원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1~2세기 때 선조들이 이미 민간 요법으로 약용 식물을 섭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고대 약제 요법에 대한 고고학적 실물 자료를 국내 처음 확보했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제공 충청매장문화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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