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7 19:01
수정 : 2006.11.07 19:01
만성폐쇄성폐질환자 호흡 장애, 세수·옷입기조차 힘든 경우도…
노인·저소득층 발병 많아 직·간접 흡연 모두 피해야…
최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의 날’을 맞이해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조사해 발표한 것이다.
이 질환은 호흡을 담당하는 폐의 기능이 망가지는 것으로, 숨이 차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환자들도 많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초기 단계에서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동안 이 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흡연이 지적됐으며, 이번 조사에서도 이는 확인됐다. 게다가 부모의 흡연이 자녀의 질병 발생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학회는 정부의 강력한 금연 정책을 촉구했다.
■ 셋 중 하나는 세수도 힘들어
이번 조사는 전국 51개 병원 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300명은 초기 단계 환자가 69명, 중간 75명, 중증이 96명, 고도 중증 환자가 60명 등이었다.
조사 결과 일상생활에서 세수나 옷 입기도 힘든 경우가 전체의 36.3%나 됐고, 29.7%는 물건을 사기 위해 시장에 나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걷거나 중간중간 쉬어야 하는 경우는 58.7%였다. 질환이 삶 자체에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흡이 가쁜 증상에 대해 환자들의 40%가 ‘숨이 막힐까 봐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46.3%는 이 증상이 해결될 수 없을 것으로 절망하고 있었으며, 25.7%는 이 증상으로 자신이 나약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됐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 고령, 빈곤층 환자들이 계속 늘 전망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노인들에게 많은 질환이다. 지난해 학회가 조사한 바를 보면 전체 환자의 77%는 60대 이상이었다. 40대부터 생겨나지만 완치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환자 수는 늘어났다. 현재 10%대인 노인 인구가 2020년대엔 20%를 넘을 것으로 통계청이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질환은 더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학회의 전망이다.
또 저소득층일수록 이 질환을 많이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했다. 조사 결과 환자의 63.7%가 가계 연소득 2200만원 이하인 중하층 또는 빈곤층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 중증 환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이 질환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난 것을 고려하면, 질병이 환자를 사회적 약자로 전락시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학회 정보위원 정기석 교수(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는 “중증은 혼자서 쉽게 이동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만약 빈곤층이 이 질병을 앓게 된다면 삶의 질은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직·간접 흡연 모두 피해야
환자의 80~90%는 흡연 때문에 이 질환에 걸리게 됐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환자의 82.6%는 흡연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간접 흡연은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를 직접 마시게 돼 그 폐해는 흡연자 못지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도 반드시 피해야 한다.
부모의 흡연 여부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피우는 만성폐쇄성폐질환자들 가운데 부모가 흡연자인 사람들이 74.2%로 나타났다.
학회 정보이사 김영환 교수(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는 “폐암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이 질환의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도 금연이 중요하다”며 “학회 차원에서 금연과 관련된 정부 정책의 강력한 시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이미 이 질환에 걸렸다 하더라도 담배를 끊으면 폐기능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환자들도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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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흡기 건강을 위한 생활 지침 ■
-담배는 끊고, 흡연 장소, 매연 등 폐에 해로운 환경도 피하라 -걷기, 달리기 등의 운동으로 폐 기능을 유지하라 -노인들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으로 합병증을 막아라 -가을, 겨울에는 가습기 등으로 적절한 습도를 조절하라 -과일, 현미, 호두 등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자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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