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6 20:58
수정 : 2006.11.26 20:58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올해 나온 국가청소년위원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하루 중 공부보다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게임은 적당히 즐기면 감각 기능을 발달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몰두하면 중독에 빠져 심하면 사망사건도 생긴다. 2005년 상반기 인터넷 중독 상담건수는 2만여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게임중독에 관한 것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14만~35만명의 청소년이 심각한 인터넷 게임중독 상태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단의 조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은 사용자가 원할 경우 인터넷 이용을 차단할 수 있는 이른바 ‘셧다운’ 제도의 도입을 촉구했다. 어떤 유형의 중독이든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게임중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느 하나의 정책에 의존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 예로 환경오염 해결의 대원칙인 ‘오염자 부담 원칙’을 게임중독에 도입했으면 한다. 환경오염을 일으킨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해 오염을 제거하듯, 인터넷 게임중독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중독유발 부담금’을 부담한다는 논리다. 이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선 게임 이용과 중독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오염의 경우 의심되는 요인과 결과 사이의 ‘개연성’만 있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처럼 게임 쪽에서도 중독으로 판명되면, 게임 이용 내역을 검토해 중독과의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원칙의 가장 큰 장점은 게임 제공자 스스로 이용자의 접속을 차단할 유인이 생긴다는 점이다. 중독 위험수위에 도달한 이용자에게 게임 접속을 계속 허용하느니 접속을 차단해 중독으로 생기는 비용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현재는 게임중독자가 많을수록 이익이 크지만, 중독유발자 부담 원칙 아래에선 이용자는 많되 중독자는 적어야 게임 제공자의 이익이 커진다. 사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사회적 비용을 유발했다면 이를 시정해야 마땅한데, 이런 원칙이 게임중독에도 적용돼야 한다.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해 줄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가가 풍요로워진다는데 기쁘지 않을 리 없지만, 게임 산업의 성장이 미래세대의 주역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의 희생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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