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3 18:49
수정 : 2006.12.0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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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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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인라인 스케이트나 스케이트보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헬멧을 쓴다. 반면 훨씬 더 위험해 보이는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 가운데에는 헬멧을 쓰지 않은 사람이 많다. 스키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한번쯤 궁금해할 대목이다. 사실 스키장 헬멧 착용 문제에는 매우 복잡한 내막이 있다. 끔찍하리만큼 안전을 따지는 선진국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헬멧 착용에 회의적인 사람들 가운데에는 시속 3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에서는 헬멧이 머리 보호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물리학자가 있다. 또 헬멧을 씀으로써 너무 안심하다보니 더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보상가설’을 믿는 심리학자도 있다. 좋은 제동장치를 단 차량의 사고율이 더 높은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가설이다.
헬멧 착용을 지지하는 사람은 대개 역학자들이다. 여기서 역학은 사주, 점 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질병, 사망, 사고 등 일어난 결과의 빈도와 분포로 어떤 요인과의 인과 관계를 탐색하는 학문이다. 역학자는 헬멧을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의 부상 정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뒤, 그 결과에 근거해 결론을 내린다. 이들의 연구 가운데에 최근 보상가설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헬멧 착용과 무관한 부위의 부상 정도를 분석했더니, 헬멧을 믿고 더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스키를 탈 때 헬멧을 써야 할까 말아야 할까? 헬멧을 믿고 과속 주행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헬멧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어린이들은 헬멧을 쓰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린이들은 과속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충돌해 다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헬멧착용이 목 부상에는 오히려 더 불리하고, 시야를 가려 사고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헬멧은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너무 크거나 작아도 안 된다. 환기가 잘 되고 시야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스포츠에서 ‘재미’와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철저한 준비와 보호 장비 착용은 필수다. 아울러 방심하지 말고 자신의 실력을 잘 가늠해서 즐길 줄 아는 겸손한 마음자세도 꼭 필요하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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