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1 19:30
수정 : 2006.12.1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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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전북 김제시 공덕면 송정리 최아무개씨의 농장 부근 도로에서 11일 방역요원들이 도로를 통제한 채 방역을 하고 있다. 김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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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추가발생’ 익산서 전파됐는지 촉각
철새가 옮겼을 수도…인근도로 집중방역
방역당국이 설정한 ‘경계지역’ 밖에 있는 전북 김제에서 세번째 발병이 확인됨에 따라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단 농림부는 1·2차 발병과는 무관한 별개의 감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된 만큼, 2003년처럼 전국적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익산 양계농가에서 옮겼나?=세번째 에이아이가 발병한 김제시 공덕면 메추리 농장은 지난 7일부터 떼죽음이 시작됐다. 에이아이 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는 21일이다. 따라서 지난달 19일 처음 발병한 익산시 함열읍이나 두번째 발생한 황등면 양계농장에서 옮겨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메추리는 면역성이 강해 감염되더라도 닭보다 발현이 늦다. 1·2차 발병지에서 전염된 것이라면 방역 당국이 약 2주간에 걸쳐 대대적으로 벌인 살처분과 이동통제에도 불구하고 방역선이 뚫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림부는 전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차량 출입, 부화장 공유 여부 등을 조사해 1·2차 에이아이 발생 농가와 관련 있는 농장 411곳을 파악해 관리하고 있다”며 “김제의 메추리 농장은 411개 관련 농장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특히 닭과 메추리는 사료 등의 납품업체가 서로 달라 운송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옮기 어렵기 때문에 철새의 배설물 등을 통해 별도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적 확산 여부 촉각=농림부는 아직 전국적 확산 양상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보고, 지난달 30일 ‘주의’에서 ‘경계’로 높인 에이아이 경보 단계를 추가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세번째 바이러스 유입 경로가 철새에 의한 것이라면 내년 2월께 겨울 철새가 돌아갈 때까지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실제로 2003년에는 12월에 2~3일 간격으로 발생하다가 잠잠해졌지만 20일이 지나 추가 발병했고, 이후 한달 보름 만인 3월에 경기도 양주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했다. 또 닭 사육 농가가 많은 김제시 용지면이 3차 발생지인 공덕면과 불과 4~5㎞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도 추가 감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용지면 일대에는 220여 농가가 260만여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다.
당국은 발병 지역 농장들에 드나드는 각종 운반 차량들이 공통적으로 전남 강진~충남 천안간 23번 국도를 주로 이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도로 주요 지점에 방역통제소를 설치해 소독 등의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지 농민들 ‘망연자실’=발생 농가 주인 최아무개(51)씨는 “현재 산란용 20여만 마리가 있는데, 며칠 전부터 조금씩 죽더니 지난 10일 1천 마리가 한꺼번에 폐사해 김제시에 신고했고, 아직 축사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축협에서 5억원의 대출까지 받아 농장을 확장하려고 했다”며 “이젠 꿈도 희망도 무너져 평생 피땀 흘려 일궈온 농장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닭과 오리, 오골계를 키우는 주변 농가는 아직 이상이 없지만, 추가 발병 소식을 듣고 걱정스런 표정이다. 전북도 역시 에이아이 추가 발병으로 또다시 대규모 살처분이 불가피한데다, 다른 농산물 판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수헌 기자, 김제/박임근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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