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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시설 관련 인권위 진정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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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 목수 붙잡아 13년간 가두고 강제사역
행려환자 80% 진단없이 수용…진료비 빼돌려
인권위, 7달간 두곳 인권유린 조사 정신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인권유린의 단면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가 지난 7달 동안 부산 ㄷ병원 등 정신병원 두 곳의 환자 인권침해 실태를 직권조사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목수 김씨의 잃어버린 13년=목수 김아무개(72)씨는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부산 ㄷ병원에 13년째 갇혀 생활하고 있다. 어느날 아침 인력시장에서 일거리를 찾지 못해 친구와 해장국에 소주를 한 잔 하고 유일한 혈육인 누나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길거리 장기판을 기웃거리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붙잡혀 이곳 병원으로 끌려왔다. 그리고는 지난 13년 동안 단 한차례도 병원을 나가본 적이 없다. 특별한 치료를 받은 것도 아니다. 지난 4년 동안은 약물치료조차 받지 않았다. 그동안 병원은 의료급여 환자인 김씨의 입원 비용으로 정부로부터 매달 93만원가량을 받고 있다. 퇴원해도 달리 갈 곳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죽고 싶지는 않다는 게 김씨의 심정이다. ‘작업치료’라는 명목으로 한달 11만원만 받고 하루 8시간씩 목공일을 하는 김씨는 지금의 건강과 기술로도 얼마든지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김씨는 이제까지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왔다. 마구잡이 입원=인권위 조사결과, 이들 병원 환자의 27.4%인 187명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도 없이 가족 동의만으로 입원이 이뤄졌다. 특히 가족이 없는 행려환자의 경우 전문의 진단 없는 입원 비율이 79.6%(152명)에 이르렀다. 상당수의 행려환자는 법에 규정된 경찰이나 시장·군수 등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강제로 입원됐다. 마구잡이 감금인 셈이다. 이렇게 한번 입원한 환자들의 퇴원은 더욱 어려웠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은 뒤 계속 입원할 필요가 있는지 심사를 받도록 돼있는데, 부산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심사 내역을 확인한 결과, 심사 대상인데도 심사를 받지 못한 경우가 2003년 52회, 2004년 189회, 2005년 53회에 이르렀다. 환자는 돈벌이 수단?=인권위는 “ㄷ병원 전 대표 오 아무개씨가 실제 두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서류상 자신이 운영하는 또다른 병원에 입원한 환자인 것처럼 속여 2003~2005년 6억5천여만원의 진료비를 빼돌렸다”고 밝혔다.
오씨는 작업치료 명목으로 일부 환자들에게 하루 최대 13시간씩 병동 청소와 식사운반, 목욕보조, 쓰레기 수거 등의 일을 시켰다. 이들에게 매달 20∼80만원을 줬다고 장부에 기재돼 있지만, 실제 환자에게 돈을 지급한 사례는 찾아보지 못했다고 인권위 조사관은 전했다. 또 환자 60명당 1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있어야 함에도, 정원이 각각 600명과 331명인 두 병원에 의사는 각각 3명씩밖에 없었다. 인권위는 이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ㄷ병원 전 대표 오아무개씨를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특별감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외국사례 살펴보니 격리·수용 아닌 사회내 회복중심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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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 / 선드람 / 허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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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강제 입원과 빈곤.’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이 놓인 인권상황을 압축한 표현이다. 입원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비자발적 입원 환자이고, 이 가운데 70%가 정부로부터 의료급여 지원을 받는 사실상의 빈곤계층이다. 공·사립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원의 평균 재원기간은 800일을 넘는다. 서동우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유교문화권이다보니 입원·치료 과정을 보호자들이 과도하게 주도하는 반면, 국가는 개입과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이런 병폐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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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의 정신보건시설 강제입원 비율 및 병원 평균 입원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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