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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7 13:42 수정 : 2007.03.07 14:39

“성이 바로 서면 삶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설파하는 이재형 원장은 성에너지의 올바른 운용이 건강 회복과 부부사이의 행복을 가져다줌은 물론 사람들을 삶의 근원적인 문제로까지 안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원장이 1일 병원을 찾은 이들에게 탄트라 호흡법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부부금실 클리닉’ 이재형 한의사

구도의 길을 걷다 만난 탄트라, 생계위해 택한 늦깎이 한의사
성(性)에서 성(聖)으로, 신(身)에서 신(神)으로
성을 화두로 수행과 치유 결합
탄트라 호흡하면 성 ‘유통’ 부부만족으로 활력 찾는다

한의원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재형 원장에게 치료와 성은 꽤 멀리 떨어진 영역이었다. 한의사는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고 여겨 택한 직업이었고, 성은 그가 젊어서 들어선 구도의 길에서 만난 이정표였다.

지금 그에게 성은 치료의 주요한 수단이자 부부를 화목한 가정으로 이끄는 더없이 소중한 도구다. 그가 수행의 방편으로 선택한 탄트라는 이제 그를 찾는 환자들이 성의 주인이 되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처방이 됐다. 하지만 삶과 수행과 생계를 위한 일이 하나로 꿰어지기까지 그에게는 2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이 원장은 80학번이다. 격동의 시대였지만 그는 요가, 명상, 종교적 가르침 등에 더 마음이 끌렸다. 방학이면 단식을 하면서 명상을 했다. 성경이나 불경 또는 명상책의 한 구절을 읽고 하루 종일 묵상을 하노라면 까닭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구도 인생에 큰 계기가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1985년이었다. 어느 수련단체 전수장에서 인도의 탄트라 요기 다다루파를 만난 것이다. 성에너지로 쿤달리니를 각성해 명상에 드는 수행법인 탄트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청정계율을 엄격히 지키는 요기를 만나고 나서 탄트라 수행에 빠지게 됐다. 오쇼 라즈니시의 책에서 소녀경까지 탄트라와 중국 도가의 성도인술과 관련한 책을 탐독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 건강하던 아버지가 담도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삶이 덧없었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돈을 벌면서도 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1991년 한의대에 진학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루는 한의사는 그에게 딱 맞는 직업이었다. 수원에 연 한의원은 잘됐다. 환자를 고치면서 보람도 느꼈고, “돈을 버는 재미도 적지 않았다.” 구도의 길에서 만난 에니어그램, 신경언어 프로그래밍(NLP), 최면 등 사람의 마음결을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법들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고민도 생겼다. 성인을 대상으로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성관계 등에 대해 질문해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성생활 문제는 불화의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7년 결혼 생활 동안 딱 6번 섹스를 했다는 분도 있었어요. 부부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지요.”

탄트라 수행을 통해 성에너지의 소중함을 알고 있던 그의 눈에는 많은 이들이 하늘이 내려준 축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의사로서 봐도 성에너지의 유통이 자유롭지 못해서 생긴 병이 적지 않았다. “병의 근본 치료를 위해서는 성에너지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지만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일에 대한 재미가 조금 줄어들었다. 6년 일하고 1년 쉬자고 마음먹었던 터라 2005년 11월 한의원 문을 닫고 인도로 훌쩍 떠났다. 푸나에 있는 오쇼 라즈니시의 아슈람에서 쉬면서 여러 가지 명상법을 체험했다. 다람살라에서 열린 법회에 참석해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는 소중한 기회도 가졌다.

쉬면서 생각이 정리가 됐다. 성을 화두로 건강을 넘어 삶의 근본 원리까지 깨우쳐 주는 한의원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걱정도 됐다. 주위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도 많이 쓰였다. 하지만 17년 가까이 탄트라 수행을 하면서 깨달은 성에너지가 주는 놀라운 선물을 주위에 전하고 나누고 싶었다. 그예 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에 미트라 한의원을 열었다. 미트라는 친구를 뜻하는 인도말로 미지의 길을 트인 마음으로 함께 가는 동반자라는 생각에서 한의원 이름으로 썼다.

환자를 만나면서 한의원을 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아내가 아파서 내는 신음을 즐거워서 그런 것으로 착각해 더욱 속도를 냈던 남성, 섹스리스지만 아이들 때문에 그냥 산다는 여성, 가끔씩 잠자리에서 금방 볼일만 보고 돌아서서 코를 고는 남편과 재미가 없어 성행위 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딴 생각을 하는 아내, 고개 숙인 남성으로 고민하는 남성 등. 성생활에 문제가 있으면 건강이 좋지 않고, 화목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부부, 특히 남성은 한의원에 와서도 데면데면하고 퉁명스러웠다.

“그런 분들에게 특효약이 있어요. 30분은 기본이고 1시간 이상 섹스가 가능하다고 하면 그때부터 자세를 고쳐 앉고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요.”

이 원장 말로는 탄트라를 제대로 배우면 1시간 이상 부부관계가 가능하다고 한다. 비방은 접이불루(接而不淚: 섹스는 하되 사정은 하지 않음). 물론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남성들에게는 항문 조이기와 비슷한 케겔 운동, 단전호흡, 차크라 수련, 일상에서 마음을 아래로 낮추어 지내기 등을 가르쳐 준다. 섹스 때 남성은 깨어서 살펴보는 연습을, 여성은 미세한 감각에 몰입하도록 한다.

물론 목표는 시간 연장이 아니라 부부 모두 만족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는 것이다. 이 원장은 탄트라를 배운 이들이 그 이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르가슴을 통해 초월적인 힘의 세계, 무아와 신성의 세계를 잠깐 맛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 경험을 통해 삼매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그의 한의원 누리집(www.mitra.co.kr) 초기화면에 떠 있는 ‘성(性)에서 성(聖)으로, 신(身)에서 신(神)으로’라는 말은 그런 뜻이다. 이 원장에게는 또다른 꿈이 있다. 돈을 벌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같은 구도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02)2051-7501.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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