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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0 11:19 수정 : 2007.03.20 11:51

발표 불안

발표 불안, 내가 왜 이러지?
학교·직장 PT 중요시 하면서 불안 호소 늘어
발표 잘하던 사람도 실수뒤 ‘장애’ 겪기도
적절한 약물·인지행동 치료 병행 치료가능

병역을 마치고 지난해 2학기에 복학한 대학생 오영택(26)씨는 이번 학기 수강신청을 하면서 수업계획서에 발표 시간이 들어 있는 수업은 되도록 피했다. 지난해 겪은 당혹스러움 때문이다. 군대 가기 전보다 발표 시간이 갑자기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오씨는 갑자기 목이 마르고 학생들 앞에 서 있기조차 어색했다. 결국 발표는 될수록 피하고 대신 리포트를 쓰는 식으로 수업을 받았다.

최근 학교나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중요시하면서 ‘발표 불안’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발표 불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2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고, 이 문제로 대학교 부설 심리센터를 찾는 사람도 많다.

발표 불안은 발표 때 단순히 긴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거나, 긴장을 견디다 못해 발표를 아예 회피하는 경우를 말한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못하다 보니 정상적인 사회활동에까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난 1997년 전체 대학생의 20%가 이런 발표 불안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던 조용래 한림대 교수(심리학과)는 “발표 불안에 대한 기준의 폭이 넓어진 점까지 고려해 상담 결과를 분석해 보면, 전체 학생의 40%는 공식적인 발표, 장기자랑이나 자기소개 때 이런 증상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선천적으로 발표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평소에 잘하던 사람도 어느날 갑자기 실수를 하게 되면 그 뒤 장애를 겪기도 한다.

대기업 팀장으로 일하는 백아무개(46)씨는 다니던 회사가 인수·합병되면서 새 임원진에게 회사 현황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가 있었다. 평소 발표에 문제가 없었던 백씨는 새로운 사람들 앞에 서자 크게 당황해 회의를 망치고 말았다. 백씨는 “인수하는 회사의 문화 차이와 새로운 얼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부자연스럽고 작은 목소리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해서 나도 크게 실망했다”고 자책했다. 그 뒤 백씨는 발표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어, 인터넷 발표모임을 통해 새롭게 발표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발표 불안은 치료 가능하다. 유앤김정신과병원의 김광일 원장은 “‘내가 왜 이럴까’라고 계속 자책하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며 “적절한 약물과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지행동 치료는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집단으로 치료하는데, 불안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왜곡된 생각과 회피행동을 스스로 교정하도록 도와주는 작업이다.


정신과뿐만 아니라 심리상담센터나 발표훈련기관, 인터넷 발표모임 등을 통해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조용래 교수는 “먼저 정상적인 범위의 불안인지, 과도한 불안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며 “발표모임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도 있는 만큼, 먼저 심리상담센터나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이완 수습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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