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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5 18:53 수정 : 2007.06.25 18:53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3년 전 미국의 한 해변에서 일어난 실제 상황이다. 몸무게가 40㎏인 열 살짜리 소년이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모래 굴을 파고 놀다가 굴이 무너졌다. 소년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10분 동안 모래에 파묻혀 있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소년을 찾다가 나중에 꺼내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소년의 맥박과 호흡은 정지해 있었다. 외상이나 모래를 삼킨 흔적은 없었다. 구조대가 소생술을 실시하자 맥박이 다시 살아나면서 혈압도 측정됐다. 하지만 병원으로 옮기는 중간에 소년의 맥박은 다시 멈췄고, 살아 있다고 여길 만한 어떤 신호도 감지되지 않았다. 소년은 병원 도착 뒤 30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안가 사고하면 으레 물에 빠져 죽는 익사 사고가 떠올리지만, 물이 아닌 모래에 빠져 죽거나 다치는 일이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52건이나 보고됐다.

모래사장은 어린이들이 놀기에 안전한 놀이터로 여긴다. 하지만 구덩이를 파고 놀다가 빠지면 순식간에 구덩이는 ‘죽음의 늪’으로 변할 수 있다. 모래 구덩이에 빠져 모래가 덮치면 모래가 누르는 힘이 워낙 강해 호흡을 못 하고 질식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0㎝인 모래 입방체가 누르는 힘은 마른모래의 경우 45㎏, 젖은 모래는 54㎏ 정도라고 한다. 어린이의 나이와 힘에 따라 다르지만 이 정도로도 숨쉬기 힘들 만큼 가슴과 호흡기를 압박할 수 있다. 과거에 생겼던 사고 가운데에는 모래 구덩이의 깊이와 폭이 3~4m였고, 누르는 힘은 3톤인 경우도 있었다.

모래 구덩이 붕괴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모래의 특성상 함몰 지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파도라도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일상적인 모래사장과 다를 바 없다. 어린이들이 모래 장난을 하는 동안 보호자가 계속 보지 않는다면 사고가 발생해도 현장을 바로 찾기란 쉽지 않다.

모래에 빠지는 사고는 해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모래를 쌓아 놓은 놀이터나 공사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어린이 사망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심지어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여름에는 텔레비전과 신문, 잡지 등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보호자들은 어린이들이 바닷가에서 모래구멍을 파고 놀 때 계속해서 관찰해야 하고, 그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들을 반드시 교육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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