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6 18:23
수정 : 2007.08.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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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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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기온과 습도가 높은 요즘에는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슬기 쉽다. 특히 꽉 막혀 있어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지하나 옷장, 욕실, 천으로 된 가구나 장식품, 그리고 책에 곰팡이가 잘 생긴다. 곰팡이는 역한 냄새를 풍기고, 보기에도 흉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병원체라는 사실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천식을 앓는 어린이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데, 일부 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지구 온난화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의 기온과 습도가 올라감에 따라 곰팡이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곰팡이의 증가는 더 많은 천식 환자를 생기게 한다는 얘기다. 기존의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천식을 앓는 어린이들의 집에 곰팡이 농도가 높은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곰팡이는 천식말고도 암, 사산, 출혈 등의 가능성을 높이고, ‘병든 건물 증후군’의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선 ‘스타치보트리’라는 곰팡이가 일으킨 폐출혈로 45명의 어린이 가운데 16명이 숨진 사건도 있었다. 꼭 폐출혈과 같은 중병이 아니라도 곰팡이가 있는 실내에서 지내면 두통, 피로, 메스꺼움, 호흡곤란, 기침, 구토, 발진 등이 생길 수 있다.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도 공기에 떠다니는 곰팡이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곰팡이는 일단 생기면 제거하기 힘들므로, 발생을 막는 게 최선이다. 집 안에 물이 새는 곳이 없도록 해야 하고, 장마철에는 수시로 선풍기를 틀어주고 가끔 난방장치를 가동해 집안을 건조하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홍수나 집중호우로 집이 물에 잠겼다면 염소 소독제를 사용해 물청소를 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 곰팡이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은 벽지이므로 오래된 벽지는 교체해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널리 보급되지 않았지만 여름철에 제습기를 사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만약 카펫을 사용하고 있다면 수시로 들춰서 공기가 통하게 하고 자주 세탁해야 한다. 천식 환자가 있는 집에서는 천으로 된 가구나 장식품을 치우는 게 권장된다. 그러나 스프레이 형식의 곰팡이 제거제는 임신부나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곰팡이를 단순한 자연현상의 하나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물론 몸에 유익한 곰팡이도 있지만, 실내 환경에서 발견되는 곰팡이는 퇴치해야 할 병원체임을 명심하자.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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