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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6 22:08 수정 : 2007.09.06 22:08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2005년 11월 첫째 주 이 지면에서도 ‘항균 비누 속 항생제 되레 독 될 수도’라는 제목으로 항균 비누를 다룬 적이 있다. 항균 비누의 질병예방 효과가 일반 비누와 차이가 없고, 항균 작용을 하는 ‘트리클로산’ 성분이 질병을 치료하려고 먹는 항생제에 내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항균 비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논문이 〈임상 감염병〉이라는 학술지에 최근 발표됐다. 미국의 미시간대학, 컬럼비아대학, 터프츠대학 공동 연구진이 지금까지 발표된 항균 비누에 대한 27편의 논문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연구진은 트리클로산이 들어 있는 항균 비누를 쓰더라도 일반 비누보다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손에 남아 있는 세균 수도 비슷하다고 결론지었다. 일반 가정용 항균 비누는 병원 등에서 쓰이는 항균 비누와 달리 사용한 뒤에도 손에 대장균이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균 비누의 또 다른 문제로는 트리클로산이 들어 있는 항균 비누를 오랜 기간 쓰면 트리클로산에 내성을 지닌 균이 생길 수 있고, 설상가상으로 질병 치료용 항생제에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실제로 실험을 통해 트리클로산은 널리 쓰이는 광범위 항생제인 ‘아목시실린’의 효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항균 비누를 자주 쓰는 사람은 아목시실린 항생제가 잘 듣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항균 비누를 쓰면 생태계에 끼칠 수 있는 피해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하천으로 흘러들어간 트리클로산이 햇빛과 반응해 다이옥신이라는 독성물질로 변할 수 있고, 정수 과정에서 ‘염소’ 화학물질과 결합하면 독성이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때문에 관련 학자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일반 가정에서 항균 비누를 쓰면 이익은 별로 없으면서 사용자와 사회에 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항균 비누의 득실이 어느 정도 드러난 이상 정부가 이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할 때가 됐다고 조언한다. 항균 비누의 광고 규제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우리 몸에 다양한 세균이 살고 있는데 이 세균 때문에 생길 질병이 걱정된다고 해서 몸이 아프지 않은데도 매일 항생제를 먹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로 항균 비누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최근 ‘항균’ 이름을 단 각종 생활용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증명되지 않은 장점에만 눈이 멀어 피해를 간과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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