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13 21:04
수정 : 2007.09.1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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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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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1700년대를 살았던 영국 의사 퍼시발 포트는 굴뚝 청소부들이 보통 사람보다 음낭암에 3배 이상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중에 굴뚝 청소를 하면서 접촉한 까만 탄소미립자인 ‘검댕’이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물질이 타서 생긴 연기 가운데에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성분이 많다. 자동차 매연, 담배 연기, 산불 연기 등이 몸에 해로운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평소 생활에서 이런 연기를 일부러 사용하기도 한다. 바로 훈제식품이 좋은 예다.
훈제는 고기나 생선을 소금에 절인 뒤 나무를 태운 연기로 그을리는 과정을 말한다. 최근에는 대량 생산을 위해 나무연기에 그을리는 대신, 훈제를 했을 때와 비슷한 향을 내는 화학물질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 화학물질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을 훈제하면 나무의 향이 배어 독특한 맛이 나고, 식품 안에 든 미생물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저장기간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단점들도 많다. 일단 훈제식품들은 대부분 짜다. 훈제를 하면서 소금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훈제한 식품들이 훈제하지 않았을 때보다 염분 농도가 최고 50배나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즉 신선한 연어 100g에는 0.1g의 염분이 들어 있지만, 같은 무게의 훈제 연어에는 5.0g이 들어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고혈압이나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훈제식품을 피하는 게 좋다.
또 나무 연기에 섞인 각종 발암물질들은 훈제과정에서 식품에 묻거나 흡수된다. 훈제 식품에 붙어 있는 이 끈끈한 발암물질들은 소화기관을 지나면서 소화기관 곳곳에 들러붙어 암을 일으킬 수 있다. 몇몇 역학 연구들은 훈제음식을 많이 먹은 사람들은 위, 식도, 장 등에 암 발병률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굴뚝 청소부들의 음낭암 예방을 위해 굴뚝 청소 뒤 반드시 목욕을 하라고 권고했다. 그 뒤 그들은 음낭암 위험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연기에 그을린 음식을 먹은 뒤 몸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검댕은 목욕하듯 씻어낼 수 없으므로 검댕을 몸속으로 들이지 않는 게 최선이다.
물론 훈제식품이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해서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위험 요소들을 고려할 때 1~2주에 한두 번 정도 훈제식품을 먹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조언한다. 다만 훈제식품을 먹을 때는 과일이나 채소를 곁들이고, 물을 충분히 마시라고 권한다. 또 어린이들은 훈제식품을 멀리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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