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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21 08:21 수정 : 2007.09.21 08:21

추석 명절 연휴가 주부들한테는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차례상 음식 장만과 친지 접대로 일거리가 많아진 여성들이 종종 겪는 이른바 ‘명절 우울증’을 피하려면, 남편을 비롯해 다른 가족들의 가사 분담과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가사분담·재밌는대화 등 ‘남성들 하기 나름’

취업 결혼 임신 등 부담 느낄만한 대화주제는 금물
스트레스 잘 풀지 못하면 불화·갈등 장기화 될수도

여느 해보다 긴 추석 명절 연휴가 모두한테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크게 늘어난 일거리를 떠안게 된 여성 가운데 일부는 우울증이라는 질환과는 달리 일시적이긴 하지만 이른바 ‘명절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또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친척들과 부모의 걱정스런 눈길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추석 명절은 종종 정신적 스트레스만 쌓이는 연휴가 되곤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남성들이 가사 분담에 적극 나서고, 여성의 피곤함을 위로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했다. 또 취업이나 결혼에 대한 대화, 정치나 종교에 관한 대화보다는 여가활동 등과 같은 즐거운 주제를 이야깃거리로 삼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우울한 명절=명절 우울증은 ‘좋은 며느리’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순응해온 이전 세대와 달리 신세대 가치관을 지닌 여성한테서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여성들은 평소에도 시댁 식구와 교류하는 일이 적은 데다가 명절 때엔 가부장적 가치관에 대한 반발이 심해져 명절 우울증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전문의들은 추정하고 있다.

명절에 여성들은 육체적으로도 차례상 차리기와 친지 맞이하기 같은 가사노동을 더 많이 하는 경우가 잦고, 여기에다 정신적으로 위로받지 못하는 상황이 가중되면 쉽게 우울해질 수 있다. 증상을 보면, 보통 산더미 같은 일거리에 한숨을 절로 내쉬고, 서러움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벌컥 화를 내기도 한다. 명절 기간에 이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이후에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든지 몸의 여러 곳이 아프다든지 하는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모든 일에 짜증을 내거나 일에 의욕을 갖지 못하는 정신과 육체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이런 명절 스트레스는 대부분 명절이 지나고 며칠 뒤면 저절로 풀린다. 하지만 명절 기간에 남편이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가정 불화나 시댁과 갈등이 장기화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역할 분담=귀향길에 나서기 전에 남편이 할 일을 미리 정해두는 게 좋다. 선물 마련이나 교통편 계획처럼 구체적으로 맡는 것이 좋다. 또 만나게 될 친척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나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미리 아내와 상의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 명절 때의 고충을 서로 들어주고 이해하는 시간도 필요하겠다.

친척 어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남편이 아내의 가사를 나누어 맡기 어렵다 해도, 자주 돌아보며 도와줄 건 없는지 물어보고 잔심부름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부엌에서 따로 아내의 피곤한 어깨를 주물러 주는 일처럼 작지만 따뜻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전문의들은 대화의 주제도 미리 준비할 것을 권한다. 특히 취업이나 결혼, 임신 문제처럼 듣는 사람이 부담을 느낄 만한 대화 주제는 피하는 게 좋다. 정치나 종교 문제도 바람직하지 않은 주제이고, 부모의 건강이나 여가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마찰을 덜 생기게 할 수 있다. 친척들과 함께 가까운 공원 등에 산책을 나서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 환기효과=전문의들은 명절에 생기는 정신적 갈등의 해소 방법으로 ‘환기효과’를 이용한 방법과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을 권한다. 환기효과는 갈등이 있는 대상을 만나기 전에 제3자한테 갈등 상황을 털어놓음으로써 예상되는 상황에 미리 적응하는 과정을 말한다. 여성들이 친구들 또는 가까운 사람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남편과 시댁 흉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 것도 이런 방식의 하나이다. 남편이 우연찮게 아내의 이런 전화통화나 대화를 듣게 되더라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부인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으로 적극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 요새는 많은 가정이 이를 실천하고 있지만 명절 기간에 처가를 찾는 일이 아내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하태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윤세창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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