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4 22:12
수정 : 2007.10.0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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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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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건강이야기 /
질병의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을 때 종종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곤 한다. 스트레스가 몸에 여러 나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스트레스가 호르몬 분비나 면역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스는 여러 질병 가운데 특히 감염성 질병의 발생과 관련이 깊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결핵과 같은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지거나 잠복하고 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해 입술 주위에 수포가 생기는 것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스트레스라고 해서 다 같은 스트레스는 아닌데, 스트레스의 종류에 따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카네기 멜론 대학 연구팀이 스트레스를 세 가지로 구분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결과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언짢은 일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는 현재의 병세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생긴 스트레스는 새로운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요인임을 암시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질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원인을 파악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측하기 힘들고 갑자기 생긴 일들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들은 이를 제거하거나 줄이도록 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지만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거나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목표 달성을 위해 몸을 혹사할 가능성이 있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면역력을 차츰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전문가들은 ‘남들과 자주 어울리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라’는 말을 즐겨한다.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다양한 활동을 펼쳐 다른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들은 탄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기온이 점차 낮아지면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감기에 걸릴 위험은 높아지지만, 긍정적인 스트레스는 오히려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감기를 비롯해 여러 감염병 예방을 위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 그건 바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일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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